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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쇼크' 정비사업 '된서리'…건설사, 수주전 셈법 '복잡'

서울 등 주요 사업지, 잇달아 유찰자재 가격 급등-고금리 등 입찰 주저건설비 오름세 지속, 정비사업 '눈치보기' 지속 전망

입력 2022-07-18 14:23 | 수정 2022-07-21 16:20

▲ 서울시내 건설현장. 220712 ⓒ연합뉴스

원자재 쇼크가 치열했던 정비사업 수주전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대규모 사업지는 물론 서울 정비사업장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잇달아 유찰되고 있다. 아스콘, 시멘트 등 비금속 자재 가격이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인 데다 금리까지 오르면서 이 같은 '보수적' 수주전략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시공사선정 입찰마감 결과 응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벌써 두 번째 유찰이다. 이 단지는 1월 1차 시공사선정을 진행했지만 수주를 원하는 건설사가 없어 유찰된 바 있다. 앞서 5월 열린 현장설명회(이하 현설)에는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사를 포함한 7개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정작 본입찰에는 나서지 않았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재개발은 올해만 벌써 다섯 번째 시공사 입찰공고를 냈다. 해당사업은 추정공사비가 약 1조원에 달하는 대어로 꼽히지만 4차 현설에는 현대건설 한 곳만 참석하며 경쟁입찰 조건에 맞지 않아 다시 유찰됐다.

경기 공공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성남시 수정구 '수진1구역' 역시 4월 시공사선정 입찰을 진행했지만 결국 유찰됐다. 이 사업은 아파트 5259가구 및 오피스텔 312실 등 공사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현설 당시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4개사가 자리했지만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처럼 최근 정비사업 시장에서 수주 '옥석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졌던 정비사업장들이 시공사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 주된 원인은 공사비다. 지속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축비가 계속 오르는 데다 분양가상한제 개편에 따른 분양가 인상 폭이 생각보다 미미한 탓에 조합도 공사비를 많이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들은 과감히 포기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경쟁사 없이 수의계약으로 무혈입성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시공사 선정시 한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하면 유찰되고 유찰이 2회 이상 반복하면 조합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상반기 수주한 8곳을 모두 수의계약을 따냈으며 GS건설도 상반기 7곳중 6곳을 경쟁사 없이 손에 넣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1년에 3~4% 수준의 자재 가격 인상은 늘 있었지만 최근 1년 사이에는 너무 급격히 올랐다"며 "건설사는 향후 자재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예측할 수 없고 조합은 5~10년 후 시작할 공사비를 무작정 올릴 수 없어 서로가 만족할만한 공사비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조심스럽게 입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7월 117 이후 단 한 번의 하락 없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5월 130을 기록하면서 130을 돌파한 이후 올 들어 140도 넘어섰다.

특히 2012년 5월 전년대비 10.8% 급증한 이후 올해 5월까지 12개월 연속 10% 이상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상승률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건설공사비 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2015년 물가를 기준(100)으로 세부 투입자원에 대한 물가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작성된 자료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건설자재 가격 등락을 알 수 있어 건설물가 변동도 예측할 수 있다.

공사비가 늘어난 가장 큰 요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올 상반기 아스콘과 시멘트 가격은 최근 20년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아스콘과 시멘트의 경우 3월부터 본격적으로 올랐으며 전년대비 20% 이상 뛰었다.

철근과 같은 금속자재의 경우 수요에 따라 급격히 가격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아스콘과 시멘트의 경우 한 번 상승하면 가격 하락까지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향후 비금속 자재 가격 상승 부담은 하반기까지 이어져 장기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공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이전과 달리 정비사업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공사비가 늘어나면 수익이 줄고 심할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도급 공사에서 원자재 가격이 10% 오르면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약 3%p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재 가격 상승 외에 금리 인상도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설사 대부분이 PF 대출을 통해 공사대금을 조달한다. 사업 과정에서 각종 금융비용을 처리해야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조달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신용도나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건설사는 고금리 상황에도 아직은 큰 걱정이 없다"면서도 "다만 소규모 건설사가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한다거나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을 때 조합은 물론 건설사도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자재 가격 고공행진과 고금리로 인한 분양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정비사업 옥석 가리기 역시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치솟기 시작한 자재 가격 오름세가 언제 꺾일지 알 수 없고 인건비 상승 문제와 관련해 분쟁이 증가한 데다 금리인상 등으로 공사진행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건설사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카드가 없는 만큼 수주 이전에 공사비부터 점검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이자와 인건비 등 비용 문제를 종합적으로 대응하고 정부도 원자재 및 금융비용 상승으로 인한 민간 건설사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성재용 기자 jay1113@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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