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불구 사상 최고치금융위기 넘어선 물가 공포정점 달한 미국과 분위기 달라매파 한은 출신 다수… 고강도 긴축 가능성
  • ▲ 치솟는 물가에 장바구니가 가벼워 지고 있다.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채소를 구매하는 모습ⓒ뉴데일리DB
    ▲ 치솟는 물가에 장바구니가 가벼워 지고 있다.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채소를 구매하는 모습ⓒ뉴데일리DB
    널뛰는 물가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3연속 기준금리 인상과 사상 최초의 빅스텝 단행에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불안을 넘어 공포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전달대비 0.8%p 상승했다. 상승폭도 역대 최대치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당시 4%대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수치나 상승폭으로 보면 이번달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물가인식과 물가수준 전망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물가인식은 전월대비 1.1%p 오른 5.1%로 나타났고, 물가수준전망지수는 3p 오른 166이었다. 기준년인 2015년 대비 66%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높은 물가와 글로벌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10.4p 급락해 86.0으로 나타났다. 연초 104.4 대비 18.4p 하락한 것이다. 금리수준전망 지수는 152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주택가격전망지수는 82로 16p 하락했다. 취업기회전망 지수는 17p 하락했다.

    소비심리지수를 구성하는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떠받친 소비가 하반기 급격한 위축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물가인식은 최근 안정세를 찾고 있는 미국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중순 갤런당 5.02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10% 이상 하락했다. 옥수수 선물 가격은 한달 새 27%, 밀 선물 가격은 두달새 37% 떨어졌다. 에드 하이먼 에버스코어 회장은 "현재 각종 지표를 참작하면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9.1%는 정점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 공포는 내달 25일 열리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주목하게 한다.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금통위가 얼마나 금리를 더 올릴지가 관건이다. 만약 금통위가 또다시 빅스텝을 밟게 되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25%에서 2.75%로 오른다.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한은 총재를 비롯해 7명의 위원들이 결정하는데 의견이 엇갈릴 경우 투표를 통해 금리인상을 결정한다. 때문에 위원들의 통화정책 성향에 따라 금리인상폭도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이 전망하는 8월 금통위 회의 방향은 기준금리 0.25%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이 지배적이다. 올해 남은 3차례 회의에서 적어도 2번 금리인상을 단행해 연말 2.75%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앞으로 한두번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긴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파른 물가상승폭과 2분기 경제성장률이 반짝 상승하면서 2연속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어떻게든 끌어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통위원 7명은 한은 출신 인사 4명과 학계 출신 3명으로 꾸려져 있다. 통상 한은 출신 인사들이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성향이 짙다는 점도 강력한 금리인상을 예상케 한다. 통화완화 정책을 선호하는 기재부 출신 등 관료인사가 현재 금통위에 없다는 점도 가능성을 더한다.

    증권사 한 운용역은 "7월 물가 등이 거세다면 8월 빅스텝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이달 미 연준의 금리인상폭에 따라 대응하겠지만, 올해 남은 금통위 회의가 모두 연준 회의보다 앞서 있어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