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유연탄가격 인상 따른 원가 압박 지속시멘트 오르면 레미콘도 조정 불가피…원가부담 가중주요건설사 수익성 악화 우려…중견사 "생존 위협"
  • ▲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220615 ⓒ연합뉴스
    ▲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220615 ⓒ연합뉴스
    하반기 시멘트 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 시멘트업계 맏형인 쌍용C&E가 원가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포하면서 상당폭의 시멘트 가격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t당 최소 2만원 인상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반기에도 원자재 쇼크 여파가 지속할 공산이 커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C&E는 최근 대내외 경영여건 변화와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전사 차원의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24일 포스코그룹이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비하고자 비상경영체제로 전환을 단행한 데 이어 자재제조업계에서 나온 두 번째 비상경영 선언이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지난해에 대량 구입한 유연탄으로 시멘트를 생산하며 실적 방어를 했지만, 2분기 중 재고분이 모두 소진되며 본격적인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면서 "3분기부터는 본격적인 적저전환이 불가피해 다른 업체들도 비상경영 상황이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쌍용C&E의 1분기 실적은 출하량 증가에도 유연탄과 기타 원부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으로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98% 급감했다. 2분기에도 유연탄 가격이 더 올라 t당 350~400달러에 달했기 때문에 적자전환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선제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멘트업계 맏형인 쌍용C&E의 비상경영 선언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하반기 상당폭의 시멘트 가격 인상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연탄 구매비용 상승분만 반영했을 때 하반기 시멘트 가격을 t당 2만4000~2만7000원까지 인상해야 하는데, 안전운임제와 유류비 상승분까지 고려하면 t당 3만원 인상안이 도출된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는 5월 시멘트 가격을 기존 t당 7만8800원에서 9만원대로 13~15% 인상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업계가 추산하는 가격 인상분이 모두 반영되면 시멘트 가격은 t당 12만원에 도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셈이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건설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건설자재 원가의 20~25%를 차지하는 레미콘 단가의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앞선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수도권 현장에 납품되는 레미콘 가격은 ㎥당 15.7%가 인상됐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당 6만7700원이었던 레미콘 가격은 현재 8만300원으로 오른 상황이다.

    하반기 추가 인상될 경우 이미 레미콘운송노조에 밀려 20~30%대 운반비 인상을 단행해 준 레미콘 업계는 건설사들에 추가 가격 인상 요구를 해 올 가능성이 크다.

    원자재 상승 영향으로 주요 대형건설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건설현장 마진율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 대형건설사 원가율이 2월 91.9%에서 6월 92.4%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가율이 100%에 육박할수록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건축자재뿐만 아니라 인건비, 물류비 등도 인상된 수준이 반영되면서 올해 전체 원가율은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건설 A사 원가분석 담당자는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2020년에 수주한 사업지의 공사가 2022년에 착공한 경우가 많은데 해당 사업지들은 현재 기준으로 이미 공사원가가 20% 초과한 상태"라며 "이로 인해 대다수 건설사가 건축주 혹은 시행사와 공사비 증액 문제로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공사의 경우 계약서에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에스칼레이션 금지 조항이 들어가 있어서 증액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대형건설 B사 임원은 "지난해 착공한 현장들이 올 연말을 기점으로 속속 준공되면 폭등한 자재 가격에 따른 공사원가 부담이 올해 재무제표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대형사도 대응이 어려운데,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 현장에서는 원자재 상승 부담이 더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중견사의 경우 원자재 비용 부담을 해소할 방법이 제한적이고 공사 한 건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선택할 수 있는 수가 많지 않다.

    중견건설 C사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확보해둔 재고를 통해 신규 발주 시기를 늦춰 원자재 수급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중견사는 원자재 상승 부담을 그대로 직면해야 한다"며 "이런 부담이 시공사 해지 등으로 이어질 경우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중견건설 D사 관계자는 "거의 모든 자재 가격 인상이 진행 중이라서 공사를 할수록 손해"라며 "자재업체들은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용하고, 전문건설업계에서는 하도급 대금 인상 카드라도 있지만, 종합건설사들은 공사비 보전 방법이 없어 극한까지 내몰렸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