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제조사 과잉재고, 노트북 수요 감소미국, 중국 반도체 공장 낸드 장비 출하 제한 검토對중 견제 실행시 삼성·하이닉스 메모리 생산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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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연합뉴스
    매크로 환경 악화와 이에 따른 수요 둔화로 D램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도 본격화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전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29일 PC용 DDR4 D램 고정가격은 전월 대비 13~15%, DDR5는 18~20%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D램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은 PC OEM 업체들이 과잉 재고와 노트북 수요 감소로 인해 가격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렌드포스는 "더불어 DDR4 대비 DDR5 프리미엄은 2분기 40%에서 7월 말 30% 아래로 축소됐고, 미국 D램 공급업체의 회계연도 마감이 8월이기에 PC D램 수요업체들은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3분기 시작하는 시점에 D램 재고일수는 삼성전자 11주, SK하이닉스 10주, 마이크론 9주로, 2분기 말 대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각각 1주씩 증가했다"며 "높아진 재고수준을 낮추기 위해서는 주문량이 기존 대비 25% 줄어든 수준에서 10개월 이상 지속돼야 건전한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으며, 이 기간 동안 가격 하락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침체 등 글로벌 매크로 이슈로 전방산업 수요가 부진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덕에 상반기 선방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거시경제 영향에 따른 모바일·PC 수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다양한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활용한 유연한 공급을 우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가 들어가는 PC, 스마트폰 등의 출하량이 당초 예측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에 공급되는 서버용 메모리 수요도 고객들이 재고를 우선 소진하면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매크로 이슈와 더불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악재가 겹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미국이 중국 YMTC 등 중국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기업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 조처에 따라 128단 이상의 낸드 칩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장비의 중국 수출이 금지된다고 보도했다. 이 규제안이 시행되면 중국에 낸드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낸드 메모리는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자료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장치로,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는 물론 대기업의 데이터센터에서도 사용된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낸드 기술력이 미국 반도체 기업과 스마트폰 등 IT 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가 128단 이상의 낸드 칩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것도 낸드 첨단공정 기술력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소비자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을 다른 나라에 절대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 생산시설이 있고, 쑤저우에서는 테스트·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시안 공장의 경우 삼성 낸드 전체 생산에서 40%가량을 담당한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제조시설, 다롄에는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 제조시설이 있다. 우시 또한 SK하이닉스 D램 생산의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강도 높은 견제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미 하원이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총 2800억달러(약 365조원)를 투자하는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을 가결했다.

    이번 미국 반도체법에는 중국을 포함한 '우려 국가'에 향후 10년간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기존 시설에 추가로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된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 사업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 우방 국가에게 반도체 동맹인 '칩4'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NO'라고 말할 용기를 내야 한다"고 논평을 내기도 했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난감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미국이 '칩4 동맹'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약간 조심스럽기는 한 얘기"라고 우려감을 내비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매크로 이슈로 하반기 시황이 좋지 않을 전망인데, 미국의 중국 견제까지 더해지면서 피곤해진 상황"이라며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는 아직 초기 단계라 논할 수준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