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속속 금리인상… 원화 약세 뚜렷제로금리 엔화 마저 강세… 938.68원→997.83원유럽·영국·호주·캐나다 빅스텝 쓰나미환율 방어 효과 반감… 한은 2연속 빅스텝 배제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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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세계 주요국이 속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원화 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빅스텝을 밟은 유로화 가치가 뛰는 가운데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엔화도 강세로 돌아선 것과 대비된다.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현재 전일대비 8.3원 오른 1313.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달 15일 1325.0원 터치 후 1302.0원까치 안정세를 찾던 것에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4거래일 연속 상승이다.강달러 현상은 유독 한국에서만 도드라지고 있다. 전일 기준 유럽(유로), 영국(파운드), 중국(위안), 일본(엔)까지 주요국 달러지수는 일제히 하락세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4일 108.54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떨어져 105.45를 기록 중이다.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한데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했기 때문이다.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에서 0.5%로 인상했다. 유럽이 빅스텝을 밟은 것은 2000년 이후 22년 만이다. ECB는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도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금리 인상 효과로 한 때 패러티(1유로=1달러)까지 무너졌던 유로화는 달러당 1.2유로까지 회복했다.지난해 연말 첫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반년 새 1.15%를 인상한 영국 중앙은행(BOE)는 이번 주 빅스텝을 예고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BOE가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응해 50bp(1bp=0.01%p) 인상할 것"이라며 "금리인상이 만장일치로 이뤄질 위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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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는 최악의 저평가를 받고 있는 엔화 환율까지 끌어올렸다. 원·엔 환율은 지난 6월 938.68원까지 하락했다가 전일 997.83원까지 치솟았다. 4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국 견제 정책에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엔화까지 반등했지만, 원화는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셈이다.지난달 빅스텝(50bp 인상)을 포함해 3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은 원화 약세 현상에 고심이 깊은 모습이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0.5%에서 2.25%까지 175bp 인상했지만, 거듭할수록 효과가 반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평가하는 중립금리까지 남은 인상 여력이 50bp에서 75bp에 불과해 쓸 수 있는 카드도 제한적으로 보인다.영국과 유럽에 이어 호주, 캐나다 등도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RBA)는 지난 2일 3차례 연속 빅스텝을 강행하며 인플레이션 잡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는 지난달 한번에 100bp 인상하는 울트라스텝을 단행했다.각국의 긴축 의지에 금리상승을 이끄는 연준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고개 든 조기 긴축 종료 기대감이 꺾이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75bp 인상) 가능성은 하루 새 29%에서 39.5%로 뛰었다.한국은행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25bp 인상을 시사하고 있지만, 2연속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현재로서는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면서도 "예상했던 기조에서 벗어나면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