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내 시행령 개정 방침경영계, 지속적으로 개선 건의 노동계 "법안 무력화" 강력비판
  • ▲ 중대재해법 시행 첫 날 텅 빈 건설 현장 모습. ⓒ연합뉴스
    ▲ 중대재해법 시행 첫 날 텅 빈 건설 현장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애매모호한 규정과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과도한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면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노동계는 법안을 무력화하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어 실제 완화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연내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형벌에 대한 행정제재 전환, 형량 합리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지난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실제로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올해 3월 사업장 내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산업계에서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처벌 조항이 모호하고 처벌 강도가 과도하다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5월16일 5인 이상 기업 930개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법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의 68.7%는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중대재해법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대재해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한 점은 다행이지만 아직까지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없다”면서 “포괄적인 규정으로 인해 원청과 하청 간 서로 책임 회피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도 “CEO를 처벌한다고 해서 안전사고가 없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경영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 ▲ 노동계는 정부의 중대재해법 완화 분위기에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노동계는 정부의 중대재해법 완화 분위기에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단체에서도 중대재해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5월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경영계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특히 경영책임자 대상과 범위가 구체화될 수 있도록 시행령에 별도의 조문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규정을 보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로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다. 

    경총은 “시급히 보완입법이 이뤄져야 하지만 법률 개정은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당장의 현장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을 우선적으로 건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6월 회원사 및 주요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실효성 제고를 위한 중대재해법 건의’를 정부에 전달했다. 

    전경련은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당 업무 수행에 필요한 권한과 예산 등의 표현을 예로 들면서 법률과 시행령 상 불명확한 개념이 법 집행 과정에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추상적인 표현의 삭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의 중대재해법 완화 기조에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산업재해 사고 원인의 대부분이 안전조치 미실시로 인한 사용차 책임에서 비롯된다”며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은 책임자가 없는 상황에서 시행령 개정 꼼수로 법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중대재해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처벌수위 등은 법 개정 사항으로 시행령으로 바꿀 수 없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현재 국회 구도를 감안하면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