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락세 진정·환율 소폭 하락… 연준發 긴축공포는 여전아이폰 증산 철회 등 경기침체 우려 확산…"침체 가능성 98%"IMF·한총리 "올해 2.3% 성장"… 3·4분기 -0.2%씩 기록해야 가능피치 "올해 2.6%→내년 1.9%"… 내년 경기회복세 녹록지 않아
  • 경제성장률 하락.ⓒ연합뉴스
    ▲ 경제성장률 하락.ⓒ연합뉴스
    미국발(發) 고강도 긴축에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의 역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엔 상황이 더 나쁘다. 대부분 국제 주요 기관이 내년 경기둔화가 더 심화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0원 내린 달러당 1438.9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8.4원 올라 1439.9원까지 치솟았으나 폭등세는 일단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전날 폭락했던 코스피는 1.64포인트(p·0.08%) 오른 2170.93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개장하면서 15.4원이나 내렸던 환율이 하락폭을 줄이며 반등에 나서자 코스피도 상승폭을 반납하며 결국 보합권에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1.20p(0.18%) 오른 675.07에 장을 마감했다. 장 중 한때 690선을 넘기도 했으나 이후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금융위원회가 전날 오후 금융시장합동점검 회의에서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 재가동을 언급하고,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장기국채 매입에 650억 파운드(100조원쯤)를 투입하는 것은 물론 다음 달 말까지 양적긴축 계획을 연기한다고 밝히면서 파운드화가 급락세를 멈춘 게 시장을 진정시켰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기조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 시장에선 환율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인 1570.3원까지 근접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달러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경기침체 가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각) 애플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 신제품 아이폰14의 증산계획을 접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애초 하반기에 9000만대 생산 계획을 세우고 600만대를 추가 생산하려고 했으나 이를 철회했다는 내용이다.

    CNN비즈니스 등 외신들은 미 투자연구기관인 네드데이비스리서치(NDR)를 인용해 "글로벌 경기침체 확률 모델 수치가 98%까지 올랐다"며 "이는 (글로벌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과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한) 2020년 등 급격한 경기침체 때뿐"이라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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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연합뉴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는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 더 큰 악재다. 주요 국제기관들은 한국에 대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잡는 추세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8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올 1월 전망치(3.0%)보다 0.4%p 낮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선 7월26일 세계경제전망(WEO) 수정·발표에서 올해 한국이 2.3%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종전 4월 전망(2.5%)보다 0.3%p 내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무역수지 연속 적자를 언급하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2.3%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올 1분기 0.6%, 2분기 0.7% 각각 성장했다. 한 총리가 밝힌 대로 올해 연간 성장률이 2.3%를 기록하려면 산술적으로 3·4분기에 각각 마이너스(-) 0.2%씩 역성장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하반기 반도체를 필두로 수출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소비마저 위축할 가능성이 커 역성장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적잖다. 올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보다 1.3% 감소했다. GNI는 일정 기간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이자 등 각종 소득을 합한 것으로, 실제적인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29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8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7월 물가수준을 고려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60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2.2% 줄었다. 4월(-2.0%)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정부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내년에도 상황은 안 좋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9일 발표한 2022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2.2%로 제시했다. 기존보다 0.3%p 하향 조정했다. 성장률이 올해 2.8%에서 내년 2.2%로 경기 둔화가 심화할 거로 분석했다.

    피치는 한국의 내년 전망치를 1.9%로 내다봤다. 이는 OECD 전망보다도 0.3%p나 낮다.

    앞서 IMF도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2.9%)보다 0.8%p나 내린 2.1%로 예상했다. 내년 경기회복 여건이 더 녹록지 않을 거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