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TV 물량 2500만대선 붕괴선진시장 위축 속 성장세 꺽여TCL·하이센스, 신흥지역 중심 성장 지속"中 TV 5천만대… 패널 협상 주도권 뺏겨"
  • ▲ 자료사진. ⓒLG전자
    ▲ 자료사진. ⓒLG전자
    LG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제품인 OLED TV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에 위축되고 있다. 매년 가파른 성장을 보였던 OLED TV가 올해 처음으로 역성장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흥시장 중심으로 출하량을 늘려가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게 2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TV 출하량은 25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LCD TV 비중을 줄이고 OLED로 전환하는 중인데,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OLED 사업도 영향을 받으면서 목표량 달성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경선 옴디아 이사는 "LG전자는 과거 4000만대 수준의 물량을 보였지만 2016년부터 OLED TV가 자리를 잡으면서 LCD보다는 OLED 대중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OLED TV가 약세를 보이면서 2400만대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올해 글로벌 OLED TV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0.6% 감소한 667만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트렌드포스는 "201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유럽의 OLED TV 출하량 증가세가 멈췄다"며 "OLED TV 수요가 강한 역풍을 맞으며 업계 선두주자인 LG전자의 올해 OLED TV 출하량이 처음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는 삼성전자의 올해 TV 물량도 4000만대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삼성전자의 최근 TV 판매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400만대에서 이듬해 4900만대, 지난해는 4200만대를 기록하는 등 매년 4000만대 수준을 기록해왔다.

    프리미엄 TV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금리와 고물가 등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선진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반면, 중국 업체들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물량을 늘려 한국 업체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박 이사는 "TCL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와 달리 인플레이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연간 물량 하락 폭이 적다"며 "러시아나 신흥시장에서 물량을 메꿔 올해 2500만대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CL은 2020년 2분기에도 판매 수량 기준 점유율 12.7%를 기록, 9.8%에 그친 LG전자를 제치고 잠시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또 하이센스에 대해서도 "인플레이션 피해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아 올 2분기까지 성장세를 유지했다"며 "다만 TCL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도시바를 인수한 후 일본 뿐만 아니라 글로벌 볼륨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도 LG전자는 TCL과 하이센스의 위협적인 행보를 언급한 바 있다. 백선필 LG전자 TV CX(고객경험)담당(상무)은 지난 'IFA 2022'에서 "중국 내 TCL과 하이센스는 10년 전 삼성과 LG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TCL은 하이엔드가 아닌 일반 4K는 동등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TV 제조사들의 전체 물량이 커지면서 중국 패널 업체들의 '디스플레이 굴기'도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중국 패널 업체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BOE를 중심으로 LCD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저가물량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LCD 사업을 전면 철수했으며, LG디스플레이도 생산을 점진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CL과 하이센스 두 업체의 연간 TV 물량이 5000만대에 달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브랜드까지 하면 그 이상이 된다"며 "중국 패널 업체들은 업계 1위 삼성전자의 눈치를 봤지만, 이제 자국 TV 업체의 5000만대 물량을 등에 업고 그들만의 게임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