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하락세, 소매판매액지수 10분기 연속 감소세수출은 '활활'… 농수축산식품 수출 역대 최대주요 식품업체, 내수 아닌 해외 공략에 방점… 시설 투자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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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연말에도 유통업계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침체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의 전략도 변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보다는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아예 해외 투자에 초점을 모으는 중이다. 불황 극복에 나선 유통업계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경기 침체로 인해 내수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식품기업들이 해외로 선수(船首)를 돌리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공장과 설비를 증설하는 등 현재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가 올해 3분기 100.7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이는 2022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5년 이래 가장 긴 기간 동안 감소했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리오프닝이 시작하며 내수경기가 회복세를 보인 직후다. 내수가 회복세에 진입했다는 정부부처의 설명과는 달리 실물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움츠러든 내수경기와는 달리 수출길은 넓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120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5.2% 증가한 62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세운 최대 수출 실적을 1년만에 갈아치울 전망이다.수출은 라면과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이 견인했다. 특히 라면은 2021년 6억7440만달러에서 지난해 9억5240만달러, 올해 10월 기준 누적 10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농수산식품 수출의 9.5%가 라면인 셈이다.과자 역시 성장세가 가파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과자류 수출액은 4억9420만달러로 전년 대비 15.4% 신장했다.라면업체 중에서는 삼양식품의 수출 비중이 가장 높다. 2016년 26%였던 삼양식품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 68%, 올해 상반기 78%까지 늘어났다. 메가 스테디셀러 ‘신라면’을 앞세운 농심도 지난해 기준 수출 비중이 37%에 이른다.제과를 앞세운 오리온 역시 꼬북칩과 초코파이 등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며 해외 매출이 64%에 이른다. CJ제일제당 역시 절반에 가까운 48% 매출을 해외에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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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업들이 수출에 집중하는 것은 내수 소비가 위축된 것과 더불어 성장성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저출상과 고령화가 이어지면서 가공식품 소비층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시장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주력 시장을 해외로 돌리기 위함이다.이를 위한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미래 시장성이 담보돼있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고 있는 것.삼양식품은 지난 3월 연간 5억60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밀양2공장 건설에 1643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면적 3만4576㎡에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라면 생산라인 5개가 들어선다. 삼양식품은 건설 중인 2공장을 미국과 중남미 등 미주 시장을 겨냥한 불닭볶음면 전용 생산라인으로 운영할 계획이다.해외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심 역시 '해외 수출'을 위한 국내 투자에 적극 나선다. 농심은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수출 전용 공장을 2026년 상반기 내 완공할 예정이다. 농장이 완공되면 농심의 수출 라면 생산량은 현재 2배인 연간 10억개까지 늘어나게 된다. -
최대 실적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제과업계도 수출 확대를 위한 정비에 나서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빼빼로 매출 1조’ 비전을 제시한 롯데웰푸드는 수출과 글로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수출 비중이 24%인 롯데웰푸드는 글로벌 매출 비중을 35%까지 늘리고 ‘롯데’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제시했다.인도 공장 증설도 이러한 계획의 일환이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에 약 700억원을 투자한 하브모어의 새로운 빙과 생산시설이 하반기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330억원을 투자한 빼빼로 첫 해외 생산기지도 내년 하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매출의 30%를 수출로 벌어들이는 대상 역시 베트남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자회사 대상베트남의 ‘하이즈엉 공장’과 대상득비엣의 ‘흥옌 공장’에 신규 공장동을 증설해 연간 생산능력을 늘렸다. 공장 증설을 통해 대상베트남은 연간 생산량 40%, 대상득비엣은 두 배 이상 신장했다.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의 경우 아직 성장 잠재력이 남아있는 곳과, 파이가 큰 북미 지역 등으로 나눠 공략하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의 매출 비중 역시 수출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