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만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표기 눈 앞일부 제품 선제적 적용… 편의점 등 판매 개시폐기·관리 관련 지침 아직 수립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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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소비기한’ 표기 제품이 일부 편의점에서 판매되면서 소비자는 물론 점주 역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유통기한과 차이가 있고, 아직 제도 시행 이전인 탓에 폐기와 판매 기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제조사에서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동일하게 표기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럴 경우 폐기제품절감이라는 대전제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1985년 이후 38년간 사용됐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도입한다. 판매가 가능한 기간과 음용·취식 가능 기간이 서로 달랐던 유통기한 대신 먹어도 이상 없는 기한을 표기하는 방식이다. 소비기한은 미국, 일본 등 이미 주요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유통기한은 식품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유통될 때까지를 표기한 것으로 날짜가 지나더라도 식품이 변질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표기된 기한이 하나뿐인 만큼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는 유통기한을 기준으로 제품을 폐기해왔다.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이 최대 50% 이상 더 긴 만큼 불필요한 음식물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일부 제조사들은 하반기 제품 패키징을 리뉴얼하면서 변경된 소비기한을 표기하고 있다. 동원F&B는 이달부터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6종 소비기한을 표기하며 기존 유통기한 동일하게 표기했다. SPC삼립도 일부 제품에 소비기한을 시범적으로 표기하며 유통기한과 동일하게 적용했다.

    현재 일선 편의점에서는 소비기한이 표기된 제품들이 납품돼 판매되고 있다. 다만 일괄적인 표기가 아닌 일부 제품에만 표기되다보니, 소비기한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에 대한 편의점 본사의 공지나 교육도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성북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계산하려던 손님이 ‘이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당황스러웠다”면서 “소비기한 제품이 들어온다는 내용을 따로 들은 적이 없어 본사에 문의했더니 (폐기 등) 관리 기준은 아직 결정된 게 없어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기한이든 소비기한이든 일괄적으로 적용이 돼야 하는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요 편의점들은 아직 소비기한 제품에 대한 관리와 폐기 등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A편의점 관계자는 “소비기한 또한 현재 유통기한처럼 나와 있는 날짜를 기준으로 폐기하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B편의점 관계자 역시 “(소비기한이 표기된)일부 제품의 경우 지역과 물류센터에 따라 납품되는 점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다면 소비기한 기준 폐기로 적용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