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9일 이태원 일대 경력 200여명 투입...불법촬영 등 범죄 단속 집중도심 집회엔 6500명 이상 경력 투입해 ‘경찰력 분산 실패’ 책임론 확산전문가들 “핼로윈 참사는 전례 없는 ‘사고’... 경찰 책임론은 아직 무리”
  • ▲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인파가 몰려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이종현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인파가 몰려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이종현 기자
    2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경찰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3년 만에 거리두기가 해제된 상황에서 맞은 '핼러윈(Halloween)'이었던 만큼 이태원에 평년보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충분히 예상됐지만 그에 상응하는 안전조치나 현장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 관광특구 일대에 약 10만명이 모일 것으로 추정하고 지난 28~29일 경찰력 200명을 배치했다. 평소 주말보다 많은 경력 배치로 만일의 사태 또는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참사 당일 현장에 배치된 경력은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럽게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현장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참사가 빚어지면서 현장에 있던 경찰들도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참사 당일 오후 5시부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정부 규탄’ 집회에는 이태원의 30배에 달하는 6천500명 이상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자유통일당 집회에 수천여명에 달하는 경력을 배치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배치할 수 있는 인원이 없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경력 분산 실패가 대형 참사를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력이 광화문 일대에 과도하게 집중돼 이태원 등 사고 우려 지역에는 충분한 경찰력이 동원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든 안전사고 책임 경찰에 묻겠다는 것과 다름 없어”

    이에 대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이번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나 소방관들이 현장에 다수 대기했더라도 막기 어려운 사고였다"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이번 참사가 대규모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됐던 장소에서 발생한 만큼 현장 통제가 뒤따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해당 부처와 기관들이 책임론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부에서는)인력으로는 막을 수 없었던 참사였다고 주장하지만 누구나 큰 혼잡을 예상할 수 있었던 장소에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대응 관리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고 수습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책임론을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이태원 참사는 원인 자체가 사고인지 사건인지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으로 현재까지 정황상 만약 사고라고 한다면 경찰이 사고의 결과를 예견했느냐, 사고를 회피하고자 어떤 노력을 했느냐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며 “1차적인 치안행정은 경찰이 담당하긴 하지만 모든 안전사고의 책임을 무조건 책임을 묻는다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다 경찰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핼러윈의 경우 특정 단체나 기관이 주최하는 공식 행사가 아닌 만큼 행정력을 행사하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범죄심리학 교수도 “사회주의의 경우엔 공안을 투입해 축제에 유입되는 인원을 조절하는 등 통제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불가능하다”며 “축제에 경찰력이 투입될 경우 시민들이 또 다른 불편을 호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혼잡경비를 가동했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건 행사에 대한 구체적 자료가 있을 경우”라며 “사전에 충분한 자료 검토를 통해 기동대를 출동 시킬 수 있는데 핼로윈의 경우 단지 시민들의 축제로 주최 주관이 뚜렷했던 것도 아니어서 경찰에 관리책임을 묻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경찰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경찰재난대책본부와 서울경찰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꾸려 운영에 들어갔다. 또 서울청 수사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꾸려 과학수사팀(151명), 피해자보호팀(152명), 전담수사팀(105명) 등 모두 475명을 투입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로 지금까지(30일 오후 6시 기준) 153명(남성 56명, 여성 97명)이 숨지고 103명이 부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