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지주사 전환에 선 그었지만… 회장 취임 후 다시 술렁증권가 "삼성전자 인적분할 가능성"… '투자-사업회사' 무게지배구조 개편 중요도 높아 '신중모드'… 상당기간 소요될 듯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상윤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상윤 기자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어떤 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지에 재계와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5년 전인 지난 2017년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완전히 접는다고 선언했는데도 이 회장 취임으로 증권가에서 다시 지주사 전환을 포함한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제기하며 이슈몰이에 나섰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주일 전 이재용 회장이 이사회를 통해 회장 승진을 확정짓고 본격적인 뉴삼성이 출범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향방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추진한지는 벌써 오래 전 이야기다. 지난 2017년 삼성전자는 "회사 성장과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해 기업구조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하며 이 작업을 통해 늦어도 연내에는 지주사 전환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밝히며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선 공식화했다.

    하지만 예정보다 일찍 검토 결과를 밝히며 최종적으론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사업 경쟁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경영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방향을 이사회에서 결정한 이후 주주들과의 소통 자리에서도 재차 "앞으로도 지주사 전환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며 "순환출자 문제는 계열사들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렇게 삼성이 강경하게 입장을 밝힌지 5년 만에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뉴삼성 경영을 시작하면서 다시금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당시에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삼성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제기되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물산, 삼성SDS 등이 함께 주목받았는데, 올해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더불어 보험법 개정 관련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까지 개편 대상으로 지목된다.

    최근 유안타증권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투자회사가 삼성 금융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10.22%)을 인수하고 삼성물산이 삼성 금융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을 인수해서 '삼성물산→삼성전자 투자회사→삼성전자 사업회사'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할 가능성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보험업법 개정 문제가 연관된다. 보험업법 개정으로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의 보유 한도가 총자산의 3% 규제를 받는데 이 3%가 기존 취득원가에서 시장가격으로 바뀌게 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총 7.07%를 매각해야 한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 상 삼성생명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대주주인 이 회장(지분율 17.97%)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지분 31.31%를 보유하고 이 지분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형태다.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인데다 이 회장이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보유 지분이 1.63%에 불과해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은 여전하다.

    다만 이 같은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하더라도 시일은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시나리오를 제시한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해당 시나리오로 전개된다면 이는 장기적인 타임라인으로 진행될 전망"이라며 "보험업법 개정에도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법 개정 이후에도 7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주어지는데, 심지어 이 법안이 실제로 개정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이 회장의 취임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다시 떠오르긴 했지만 아직은 시급한 사안이 아니고 이 회장이 사업적으로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이라 이런 부분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장기적으로 삼성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지 지금 당장 어떤 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크다"며 "법 개정과 연관돼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회장이 취임과 함께 경영에 보다 집중하면서 그간 공백이 있었던 부분을 메꾸고 사업 성과 측면에서 우선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지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보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시선이 날카로워졌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 실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7년 여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 작업이 이미 도마 위에 올랐고 이후 이 회장이 뉴삼성을 출범하면서 무엇보다 정도경영과 책임경영 필요성에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라 오너일가에만 유리한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무릅 쓸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