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세계 최초 1c D램 개발 성공… 한계 돌파1c 비중 줄이고 1d 준비하는 삼성, 발등에 불HBM 승기잡은 SK하이닉스, D램 기술 개발 로드맵도 탄탄
  • ▲ SK하이닉스 1c DDR5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1c DDR5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에 이어 D램 미세공정에서도 '세계 최초' 기술을 선보이면서 압도적 D램 1위였던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은 10나노급 6세대 기술인 '1c'를 건너뛰고 7세대 '1d' 개발로 직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1c 미세공정을 적용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D램 시장 2위 SK하이닉스가 삼성을 제치고 10나노대 초반 극미세화된 D램 공정기술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더구나 SK하이닉스가 이전 세대인 5세대 1b 기술력을 기반으로 1c 최초 개발에 성공했다고 강조하고 나서면서 1b까지 비슷한 속도로 D램 미세공정 경쟁을 해왔던 삼성의 늦장을 꼬집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앞서 5세대 D램에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SK하이닉스에 약간 앞서 개발과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해 2분기 1b 양산을 시작하며 양사 간 기술 격차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안정적인 양산이다. 비슷한 시기에 양산에 돌입했지만 삼성이 기대만큼 수율을 확보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며 HBM과 같은 고성능 제품에도 1b를 도입하는 등 기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는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이런 까닭에 삼성은 1c에 크게 힘을 주지 않고 곧바로 7세대 1d 개발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일단 올해 말 1c D램 양산 대열에는 합류한다는 로드맵이 있지만 여기서 초격차를 내기 위해 7세대 개발에 역량을 더 투입한다는 청사진이 그려진 상태다.

    삼성은 지난 상반기에 1d 기술 개발을 위한 원팀 구성에 나섰다. 여기에만 수백명 인원이 투입돼 개발과 양산에 필요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다시 D램 미세공정 기술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당초 1d D램은 2027년 양산이 예상됐지만 삼성은 최근 열린 글로벌 반도체 학회 '멤콘(MemCon) 2024'에서 이를 최대한 앞당겨 2026년에 시작하고 2027년 이후에는 한 자릿수 나노 공정에 돌입하겠다는 새 로드맵을 제시했다.

    삼성이 이번에 1c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준 것은 앞서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긴 것까지 더해져 더 주목된다. 더구나 양사 HBM 제품력도 D램 미세공정 기술력에서 결정적인 격차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삼성의 D램 사업 전반에 대한 우려로 확산될 조짐도 엿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HBM에서 실기를 했다는 점은 업계에서나 삼성 스스로도 인정하는 대목"이라며 "하지만 여기서 D램 미세공정 주도권까지 뺏기는 문제는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10나노 4세대 D램인 '1a'로, SK하이닉스는 5세대 1b로 HBM을 생산한다. 이는 곧 각 사가 가장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D램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이 HBM에 1b도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1c를 먼저 개발까지 하면서 이를 HBM에 도입할 가능성도 높아졌고 HBM에서 또 한번 격차가 발생할 수도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모두 차세대 HBM인 'HBM4'에 1c D램 탑재를 고려하고 있다. 삼성이 1c D램에 큰 기대를 걸지 않으면서도 개발을 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HBM4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탑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이 D램 기술을 잠시 놓쳤다간 가뜩이나 늦어진 HBM 사업까지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