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 "디자인에서 작은 문제"4분기 생산 본격화 "내년 수십억 달러 수익"여유 생긴 HBM 납품 일정… 12단 적용 가능성
  • ▲ 엔비디아 블랙웰 제품 이미지 ⓒ엔비디아
    ▲ 엔비디아 블랙웰 제품 이미지 ⓒ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인공지능) 가속기 신제품 '블랙웰' 생산 지연을 사실상 인정하는 동시에 설계 상의 오류는 없다고 강조하며 메모리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블랙웰 신제품 생산이 3분기에서 4분기로 밀리기는 하지만 설계 결함 이슈가 아닌만큼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나 공급을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28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분기 실적발표와 컨퍼런스콜에 이은 인터뷰를 통해 "블랙웰의 설계 상 오류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디자인에서 발생한 작은 오류가 있었고 이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고객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다른 한 클라우드 업체에 공급하기로 한 AI 칩 신제품 'B200'의 생산 지연 사실을 통보했다고 알려졌다. 생산이 지연된 이유로는 생산 과정에서 설계 결함 문제가 늦게 발견됐다는 점이 꼽혔고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이 같은 시장의 루머에 황 CEO가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그는 B200 생산 지연이 사실상 맞다고 인정하면서 다만 업계에서 지적된 설계 오류가 아니라 디자인 측면의 이유라는 점에서 기술적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

    더불어 이날을 기점으로 고객사들에게 블랙웰 샘플이 공급됐다며 추가적으로 제기될 생산 논란을 일축했다.

    황 CEO는 "오늘부터 고객사에 블랙웰 샘플을 보냈으며 공급이 시작됐다"며 "4분기부터 블랙웰 생산이 본격화되고 내년엔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당초 B200 제품을 3분기부터 본격 생산해 고객사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자인 변경으로 1분기 가량 생산이 지연되긴 했지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수준의 심각한 설계 문제가 아니었던만큼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은 다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황 CEO가 내다보는 내년 이후 AI 반도체 실적이 장밋빛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블랙웰로 회계연도 1분기(내년 3~5월)부터 엔비디아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블랙웰로 늘어나는 매출이 수십억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엔비디아가 시장의 우려를 잠식하고 차세대 제품인 블랙웰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올 하반기에 이어 내년 폭발적으로 성장할 AI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B200에 탑재되는 5세대 HBM인 HBM3E를 공급하고 삼성전자도 공급을 준비 중이다.

    예정보다 생산이 지연되는 이슈가 생기긴 했지만 HBM을 공급하는 메모리사 입장에선 가뜩이나 빠듯한 생산능력(CAPA)에 다소 여유가 생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큰 설계 결함 문제가 아닌 이상 생산일정이 일부 순연되는 건 HBM 공급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너무 타이트하게 돌아갔던 HBM 캐파에도 숨통이 트이고 내년 이후 생산 물량 확보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엔비디아 주력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슈퍼칩' GB200에 탑재되는 HBM 용량이 급증하는 만큼 이에 대응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기회요인으로 꼽힌다. 2개의 B200에 CPU(중앙처리장치)가 결합된 슈퍼칩 GB200은 기존 AI 칩인 H100 대비 2배 많은 16개 HBM3E 탑재가 예상되며 기존 HBM 대비 단가가 높은 12단 HBM3E 제품이 사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엔비디아에 공급을 준비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선 B200 생산 지연이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가뜩이나 늦어진 HBM 공급 시점이 더 뒤로 밀린다는 아쉬움이 공존하기도 한다. 삼성이 엔비디아에 HBM3E 공급 여부를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이 같은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결국은 삼성이 더 큰 규모로 HBM을 공급할 가능성과 12단 제품도 함께 공급할 것이란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