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C 적자 전환… 화홍반도체 순익 90% 급감물량 밀어주고 해마다 수억달러 보조금EUV 없이 5나노 양산 추진
  • ▲ SMIC 본사 전경 ⓒSMIC홈
    ▲ SMIC 본사 전경 ⓒSMIC홈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이 지난 2분기 적자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매년 수억달러 규모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미 적자 상황이 오래됐는 분석이 나오지만 자체 기술과 장비로 5나노미터 공정 양산까지 추진하는 굴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는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1.8% 증가한 19억 100만 달러(약 2조 6000억 원)를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59.1% 줄어든 1억 6500만 달러(약 2300억 원)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 눈에 띈다. 영업손실 규모가 1억 7795달러(약 2400억 원)를 기록하며 적자를 기록했고 웨이퍼당 평균판매단가(ASP)도 전 분기 대비 소폭이지만 감소세를 이었다.

    SMIC와 함께 중국 파운드리 산업을 책임지는 투톱인 화홍반도체는 상황이 더 안좋다. 화홍은 2분기에 매출과 순이익 모두 급감하는 모습이다.

    화홍반도체의 지난 2분기 매출액은 4억 7852만 달러(약 650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고 순이익은 무려 91.5% 감소한 667만 3000달러(약 91억 원)를 내는데 그쳤다.

    SMIC와 화홍반도체 모두 글로벌 반도체 시장 침체 영향을 받다가 조금씩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몇 분기 동안 수요와 가격이 지속적으로 약세를 나타냈지만 가전제품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출하량이나 공장 가동률도 1분기보다 개선세가 뚜렷해져 2분기가 바닥이었음을 강조했다.

    지지부진한 실적과 달리 SMI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제치고 TSMC, 삼성에 이어 3위 자리를 꿰차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MIC는 지난 1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처음 3위에 올라서며 점유율 6%를 확보했고 2분기 집계는 아직 발표 전이지만 1분기에 이어 SMIC가 점유율을 늘리면서 3위 자리를 지켰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SMIC와 점유율 1%포인트를 두고 경쟁하고 있던 대만 UMC를 이번 2분기에 완전히 제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파운드리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에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중국 정부의 엄청난 규모 보조금이 꼽힌다. 중국 정부는 매해 이들 기업들에 수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옥죄기 시작하면서 정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을 조성해 3440억 위안(약 65조 원)을 투입했고 이 중 상당수를 파운드리 기업 지원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MIC는 중국 파운드리 산업을 리드하고 있는만큼 화웨이와 함께 정부의 금전적 지원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곳이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에 지급한 보조금 121억 위안(약 2조 2000억 원) 중 SMIC가 20억 위안(약 3800억 원)을 받았고 지난해 악화된 시장 상황에서 보조금 규모는 더 큰 수준으로 확대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정부의 직간접적 재정 지원을 고려하면 실제 중국 파운드리 기업들의 적자 규모는 훨씬 더 크고 적자를 내기 시작한지도 오래됐을 것이란 추측에 힘이 실린다.

    게다가 SMIC가 이번에 5나노 최신 공정을 활용해 화웨이의 AI(인공지능) 칩인 '어센드 920'을 양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재에 막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의 수입이 어려워졌지만 전 단계 장비인 DUV(심자외선)를 활용해 AI 칩 시장까지 뛰어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어서다.

    이 생산 계획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막대한 자금으로 반도체 기술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선전포고와 같다. EUV로도 제조가 어려운 5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를 DUV로 만들기 위해선 상당량의 웨이퍼를 폐기할 감수를 해야 하고 결국 생산단가가 치솟을 수 밖에 없다. 제조사 입장에선 양산을 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데 이 손실분을 중국 정부가 보조금으로 보전하는 구조를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