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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둔촌주공 될라"…원자재쇼크發 공사비 증액 요구 확산

철근부터 모래까지 원자재 가격 부담 가중둔촌주공-원베일리 이어 신반포4도 증액 이슈일부 사업장선 시공사 선정 단계서 공사비 올리기도"수급 불안 여전… 증액분, 분양가 전가 등 주택시장 악재 될 수도"

입력 2022-12-01 11:09 | 수정 2022-12-01 11:13

▲ 경기 고양시의 한 레미콘 업체. 220426 ⓒ연합뉴스

원자재 쇼크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에서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아예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부터 공사비를 올리는 사례까지 포착되면서 시공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제2의 둔촌주공' 사태가 재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구 신반포 4지구 재건축 사업(메이플 자이) 시공사인 GS건설은 조합에 기존 9300억원 규모였던 공사비를 1조4000억원까지 50% 이상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설계 변경으로 오른 공사비 2900억원 △금리 인상과 착공 지연으로 증가한 금융비용 및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제 경비 1800억원 등 총 4700억원을 올려야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GS건설은 공사 기간도 10개월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조합과 GS건설이 2017년 계약 체결 당시 3.3㎡당 공사비는 평균 498만원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GS건설 측은 원자재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기존 공사비로는 공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GS건설은 한국부동산원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등을 통해 조정 가능한 부분에 한해 최대한 올려달라는 요구다. 조합 역시 고급화 등 설계안 변경으로 공사비가 늘어날 경우 부동산원의 검증 과증을 거쳐 금액을 정한다면 받아들인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제도는 시공사가 부당하게 공사비를 높이는 것을 막기 위해 2019년 4월 도시정비법 개정과 함께 도입됐다. 물가연동조항은 그간 공공공사 현장에만 적용했지만, 최근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민간 현장에도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신반포 4지구 재건축 조합과 GS건설은 협약서에 이 내용을 담았다.

GS건설 측은 "협약서에는 착공 전 대비 물가변동률이 5% 이상일 때 이를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최근에 물가가 많이 올라서 요청을 했고, 조합이랑 계속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초부터 공사에 필요한 철근 등 원자재 가격이 예상 변동 폭을 추월할 정도로 가파른 인상을 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을 겪으면서 올 초부터 전년대비 기본 20~30%는 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도급순위 1위 삼성물산의 철근 1t 구매비용은 2020년 66만원에서 올해 3분기 101만원으로 5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건설의 철근 구매비용도 68만원에서 96만원으로 41.1% 올랐다. 현대건설 역시 67만원 수준이었으나, 100만원으로 49.2% 비싸졌다.

레미콘과 시멘트, 골재(모래), 전선 가격도 일제히 뛰었다. DL이앤씨의 시멘트(벌크) 1종 구매비용은 2020년 6만8000원이었으나 지난해 8만2000원, 올해 9만2000원을 기록했다. 레미콘 가격(㎥, 서울 기준)은 6만4800원에서 7만3000원으로 올랐다.

콘크리트 제조에 들어가는 주요 골재인 모래 가격도 상승했다. 삼성물산의 골재(모래) 1㎥ 구매비용은 1만6000원대에서 2만2000원으로 37.5% 상승했다.

시공사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조합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사 중단 6개월 만에 사업을 재개한 둔촌주공 역시 시공사업단과의 첫 갈등은 공사비 인상 요구와 이를 수용하지 못한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우여곡절 끝에 분양에 나서게 됐지만, 추가 공사비용 분인 1조1000억원이 추후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조합원 1가구당 최고 1억500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초구 반포동의 노른자위 입자인 신반포3차·경남 통합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시공사인 삼성물산도 조합 측에 공사비를 1조1277억원에서 2500억원 올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특히 이 사업장의 경우 지난해 일반분양까지 마쳤기 때문에 공사비 증액분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에 전가될 전망이다.

이밖에 삼성물산은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과 공사비 증액계약을 통해 1000억원가량을 증액했다고 밝혔고, DL이앤씨도 경기 성남시 금광1구역, 경기 안양시 호계온천 주변지구 재개발 등에서 공사비를 증액했다고 정정공시했다.

최근에는 아예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부터 공사비를 증액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으나, 1~2차 입찰에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1차 입찰 때 1051억원, 2차 입찰 때 1261억원이었던 공사비를 3차 입찰부터는 1441억원으로 확 높였다.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공사비가 37.1% 오른 셈이다.

덕분에 3차 입찰에는 롯데건설이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단독 입찰이라서 유찰됐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조합과 특정 건설사간 유착을 막고자 경쟁 입창을 두 차례 이상 시도하도록 하고 있다. 단독 입찰로 인한 유찰 상황이 두 번 반복된 후에야 시공사와 조합이 따로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조합은 입찰보증금도 내렸다. 1~2차 입찰 때는 보증금이 90억원이었지만, 이번에는 50억원으로 낮췄다. 4차 입찰에 앞서 조합이 진행한 현장설명회에는 롯데건설을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효성, 대방건설 등이 관심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시공사의 이 같은 요구가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가 진행 중이고,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며 공사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체 대부분이 연 단위로 자재공급 계약을 맺는데, 올 하반기 들어 지난해와 올해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치솟던 글로벌 물가가 최근 들어 안정화돼가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요인으로 인한 수급 불안으로 여전히 리스크가 큰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공사비 인상에 대해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이 빈번하게 이어진다면 주택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분양가 인상 등으로 일반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정비사업장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나 금리 인상을 조합원에게 전가하려는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어떤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하려고 하겠나"며 "결국 공급분 부족으로 인한 공급 불안정성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도 밑지고 사업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늘어난 비용을 보전하려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둔촌주공처럼 공사를 중단하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자체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만한 전문성이나 자금력이 없는 조합은 결국엔 건설사와 타협할 수밖에 없고 늘어난 비용은 분양가에 녹아들게 된다"고 말했다.
성재용 기자 jay1113@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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