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도 스마트 플랫폼 도입… 식료품 시장 공략英 테스코보다 다소 저렴… 배송 지정 국내보다 다양배송 시스템 韓과 비슷… 재고 여부 파악 아쉬워
  • ▲ 오카도 배송차@김보라 기자
    ▲ 오카도 배송차@김보라 기자
    롯데쇼핑이 지난 10월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손잡고 국내 그로서리(식료품) 시장을 공략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식료품 주문 및 배송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롯데쇼핑이 자동화물류센터(CFC) 부지와 건축비 등을 부담하고, 오카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투자 규모만 오는 2030년까지 1조원이다. 지난해 롯데쇼핑 영업이익 2160억원의 4~5배에 육박한다.

    수년째 실적이 정체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롯데쇼핑의 위기감이 깔렸다. 롯데쇼핑은 마켓컬리와 SSG닷컴, 오아시스마켓 등을 넘어 국내 신선식품 시장 강자로 올라서겠다는 청사진이다. 
  • ▲ 오카도 주문내역@김보라 기자
    ▲ 오카도 주문내역@김보라 기자
    ◇ 정확한 배송 시간 강점… 韓 업체와 비슷

    지난 11월 28일 오후 8시를 약간 넘은 시간. 영국 런던 블룸스버리에서 오카도 모바일앱을 통해 쇼핑해봤다. '온라인 슈퍼마켓=제품이 많이 없을 것'라는 선입견과 달리 오프라인 마트와 견줄 수 있는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1+1, 2+1, 크리스마스 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도 진행되고 있었다. 새로 가입하거나 추천 ID를 입력하면 할인 쿠폰 제공 혹은 무료배송도 가능했다. 특히 국내에서 주류와 담배가 온라인 판매가 안 되는 것과 달리 이곳은 주문이 가능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블루베리(450g)(5.75파운드), 사과(6개)(2.8파운드), 토마토(6개)(85펜스) 등 총 40.15파운드(약 6만3000원)의 제품을 주문했다. 가격은 영국의 대표 슈퍼마켓 테스코에서 판매중인 블루베리(5.97파운드), 사과(2.99파운드), 토마토(1.09파운드) 보다 저렴했다.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배송 시간대를 정했다. 주문 후 다음날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 배달 날짜 지정도 한 달까지 가능했다. 국내 업체보다 배송 시간이 길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자의 배송 시간은 12월1일 오전 9~11시다.

    마지막 단계인 결제창에서 문제가 생겼다. 제품당 재고 여부가 결제창에서 확인이 가능하면서 선택한 배송일에 재고가 없어 주문을 할 수 없었다. 다시 쇼핑 창으로 돌아가 제품을 고르거나 재고가 없는 제품을 빼고 주문하는 시스템이 다소 불편했다. 대신 원하는 가격대의 다양한 제품을 추천해주고 있었다.

    오카도의 최소 주문 금액은 45파운드 이상이며 배달비는 2.99~6.99파운드 사이다. 75파운드 이상이면 무료로 배송해주고 있었다. 12만원 이상이면 무료배송인 셈이다. 4만원 이상 무료배송이 다수인 국내 업체와 2~3배 차이다.

    배달 전날인 30일 문자가 왔다. 주문 배송 시간과 안내와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는 안내다. 또한 국내 업체처럼 다회용 택배 상자를 이용하고 있다는 안내도 눈길을 끌었다. 소비자가 배송 시간에 맞춰 상자를 가져가면 배송 직원이 그 안에 제품을 넣어주는 방식인 듯했다.

    배달 당일, 원하는 시간에 배송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문 앞에 주문한 제품을 내려놓고 가는 국내와 달리 대면으로 받아야만 했다. 와인 주문으로 배송 시 신분증을 제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은 미리 공지돼 불편함은 없었다.

    필요한 제품을 마트나 매장에 가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대에 집에서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영국 현지에선 오카도를 아마존보다 배송이 빠르고 정확하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점에서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에 많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 ▲ 오카도 주문내역@김보라 기자
    ▲ 오카도 주문내역@김보라 기자
    ◇ 강자 없는 신선식품 시장... 롯데쇼핑 지각변동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 시장은 135조원이지만 온라인 시장은 25%로 다른 상품군과 비교해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유통기한 등 폐기율이 높은 상품의 특성상 배송이나 재고관리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오카도를 벤치마킹한 마켓컬리 등 있지만 아직 이 시장에서 뚜렷한 강자가 없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신선식품 배송 시장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 유통기간이 짧은 신선식품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장기간의 최소화다.

    기존 물류센터의 경우 제품을 하차하는 입하, 상품을 저장하는 입고,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이동시키는 피킹과 포장 과장인 패킹, 배송의 과정을 거치는데 국내 유통업계는 이 과정을 대부분 사람 손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높고 배송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 폐기율의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반면 오카도는 무엇보다 입하부터 패킹까지의 과정을 자동화하면서 빠르고 효율적인 신선도 관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OSP는 데이터 및 AI에 기반한 수요 예측 및 재고 관리를 통해 식품 폐기율은 0.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3%) 및 슈퍼(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적시 배송률도 98%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다수 업체들은 오카도 시스템을 벤치마킹했지만 롯데쇼핑은 오카도 시스템을 통째로 들여오면서 기존 온라인 식료품 시장의 판을 흔들 수도 있을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