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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님비' 온상된 은마아파트…GTX 반대 역풍 맞나

안전성 이유로 결사반대-노선우회 주장…집단이기주의 비판↑정의선 회장 자택 앞 시위 여전…인근주민들 "삶의 질 저하"여론 악화에 내부 우려감 커져…"반대 당연하나 방법이 잘못”

입력 2022-12-08 14:00 | 수정 2022-12-08 14:52

▲ ⓒ연합뉴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둘러싼 은마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회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추진위가 GTX-C의 단지 지하 관통 설계에 반대하며 시공사 현대건설의 오너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 앞에서 묻지마 시위를 이어가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합동 행정조사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 추진위 운영에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수사의뢰와 환수조치가 가능해 재건축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여론도 좋지 않다. 정의선 회장 자택 앞 시위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적잖은 가운데, 은마아파트를 두고 '님비(NIMBY)'의 온상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8일 직접 찾은 은마아파트는 각 단지의 외벽마다 GTX-C의 단지 관통을 반대하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위압감을 줬다. 현수막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난하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근로 리본을 연상하게 하는 검은띠가 둘러져 있었다.

현재 은마아파트는 집단 이기주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추진위를 중심으로 한 소유주들은 GTX-C 노선의 단지 지하 관통 문제가 불거지자 ‘절대 반대’를 외치며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노선이 단지 지하로 지나가면 지반 붕괴의 위험이 있고 이로 인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된다며 '노선 우회'를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GTX를 두고 정부·현대건설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민폐 시위를 벌여 여론이 악화된 것이다. 추진위와 일부 주민들은 지난달 12일부터 정 회장의 자택이 위치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은마 내부에서도 강성 추진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정부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집 아래로 GTX가 지나가는 것은 불안한 일이고 이를 반대하는 것은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며 "다만 오너 집앞에서 무작정 시위를 벌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데 답답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주민은 "방법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며 "정부와의 협상과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GTX 반대를 위한 명분을 쌓을 수 있지 이런 막무가내 시위는 자칫 생떼 부리기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마주민들이 중심이 돼 GTX의 안전성 점검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의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추진위의 강성 시위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10년째 은마아파트에 거주중인 한 주민은 "주민들의 불안감을 완화해줄 충분한 설명과 협의없이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시공사는 마치 은마주민들이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GTX를 반대한다고 호도하고 있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 시위 현수막과 임시천막이 설치돼 있다. ⓒ박정환 기자

연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정 회장 자택 인근 주민들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삶의 질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찾은 한남동 유엔빌리지 인근은 비교적 한산했지만 GTX 노선 우회를 요구하는 현수막과 임시천막 등 시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주민은 "예전처럼 은마주민들 여러명이 몰려와 고성을 지르지는 않지만 차량과 확성기를 이용한 시위는 매일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단순히 삶의 터전에서 살고 있을 뿐인데 왜 이런 소음과 불편함에 시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 규모의 단지로 90년대 후반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번번시 심의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며 ‘강남 재건축계의 만년 유망주’, ‘대한민국 재건축 규제의 상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10월19일 은마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이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해 사업 진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GTX-C 노선의 지하 통과 문제가 다시 발목을 잡고 있다. 추진위는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정 회장 자택 근처에서 한달이상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집회 과정에서 허위사실 유포 및 장기수선충당금의 시위비 유용 의혹이 제기되자 국토부와 서울시는 합동 행정조사를 실시해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의 적정성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박정환 기자 pjh85@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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