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법 부결 후폭풍 주시내년 한전채 72조 한도 40조 초과당국, 금융권 협조 요청최악의 경우 30조 떠 맡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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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전법 좌초에 겨우 진정세를 찾던 유동성 불안이 다시 고개들고 있다. 한전의 채권발행능력이 쪼그라들면 대출로 충당해야 하는데 은행권은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기재부, 금융위, 한전 관계자가 참석한 비상대책회의에서 한전의 자금지원을 위한 금융권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올해만 30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이 한전법 부결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한전법은 한전채 발행 한도를 2배에서 최대 6배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제 유가를 중심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에 자금줄이 마른 한전은 올해만 30조원이 넘는 채권발행으로 버텨왔다. 연말 한전채 잔액은 7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은 45조9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현행법대로라면 채권발행 한도는 91조8000억원으로 전망치를 상회하지만, 30조원이 넘는 올해 적자가 내년 3월 반영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본금 감소로 발행한도는 40조원으로 줄어들고 이 경우 한도를 초과하는 32조원을 다른 방식으로 조달해야 한다.

    정부는 다시 법안을 발의하고 내년 3월까지 법안 통과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은 불투명하다. 본회의에서 부결된 법안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같은 회기 중 재발의될 수 없다.

    당장 채권 발행이 막히면 은행 대출로 조달하는 방안만 남게 된다. 한전은 상반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데 이어 하반기 2조원 규모의 추가 대출을 준비 중이다. 1·2차 입찰을 통해 하나은행(6000억원), 우리은행(9000억원)을 대출받았고 3차 입찰에서 5000억원 안팎의 추가 대출을 일으킬 예정이다.

    문제는 32조원 가량의 추가 자금을 은행 대출만으로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은행별 한전 대출 잔액을 보면 우리은행이 1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 1조1000억원, NH농협은행 5000억원 순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아직 한전 대출이 없다.

    은행이 한전 대출을 꺼리는데는 우량채권인 한전채와 시중금리간 괴리 때문이다. 하반기 대출에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제시한 금리는 5% 후반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우량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한전채 금리는 4.8%까지 내렸다. 은행자금조달비용을 고려하면 한전채 수준으로 금리를 맞춰주는 것이 쉽지 안은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 수요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한전에만 저금리 대출 지원을 나설 수는 없은 입장"이라며 "금융당국 방침을 존중하지만 30조원이 넘는 자금조달을 금융권이 전부 떠맡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