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본입찰 이틀 앞두고 "동양‧ABL생명 인수 타진"다양한 가능성 열어놓고 매수자 우위 분위기 형성'오버페이' 없이 증권‧보험 진출…은행 의존도↓
  •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다시금 '금융계 제갈량'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롯데손해보험과 동양생명‧ABL생명 등을 상대로 동시에 인수 가능성을 열어 놓으며 진의 파악이 어려운 ‘포커페이스’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매도자 측과의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매수자 우위 구도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임종룡 회장이 이번에 보험업 진출까지 성공한다면 취임 이후 기대 이하의 실적과 연이어 터진 금융 사고로 인한 오명을 단번에 씻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은행·증권·보험으로 포트폴리오 균형을 다잡을 수도 있다. 그동안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은행 의존의 순이익 구조를 개선할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심 있지만 급하지 않아”…뒷짐진 자세로 가격협상력↑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5일 동양생명과 ABL생명 최대주주와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인수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공시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4월 롯데손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롯데손보 본입찰은 오는 28일에 치러진다.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본입찰을 코앞에 두고 다른 곳에 대한 인수 타진 계획을 밝힌 것은 ‘오버페이’(과다 지급)하지 않겠다는 임종룡 회장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임 회장은 다양한 매물에 대한 관심을 시장에 피력하면서도 그동안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이진 않았다. 

    임 회장은 전날 뉴데일리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와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곧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실사 이후 인수가액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구속적 양해각서라는 점을 강조해 언제든지 이번 딜에서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또 롯데손보 인수에 대해선 “마지막까지 검토 중”이라며 본입찰 참여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생보사와 손보사를 한꺼번에 사거나 한 곳만 인수할 수도 아니면 또 다시 다른 매물을 찾게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이다. 

    우리금융은 순익 90%를 우리은행에 의존하고 있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이 시급하지만 임 회장은 급하게 서두르고 않고 우리금융에 최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업을 펼쳤다. 특히 지난 4월 롯데손보 인수의향서를 가장 먼저 제출한 이후에는 적정 가격 이상의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매각가를 2조~3조원로 제시하고 있으나 우리금융이 희망하는 가격은 1조원대로 알려졌다. 본입찰을 불과 하루 앞두고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딜이라는 대형 변수가 생겨남에 따라 매도자 입장에서는 기대를 낮춰 딜을 성사시켜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 ‘포스증권‧우리종금’ 합병…허를 찌른 증권업 진출

    임 회장이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을 합병해 증권업에 진출한 방식도 시장의 허를 찌르는 방식이었다.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대형 딜을 성사시킨 데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이력 탓에 시장에서는 임 회장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적어도 중형급 이상의 증권사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임 회장은 변화한 디지털 환경과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 극대화를 고려해 온라인 펀드상품 판매에 특화된 소형 증권사를 통한 증권업 진출로 물꼬를 텄다. 

    포스증권은 3700개 넘는 펀드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며 개인고객 28만명, 고객자금 6조5000억원이라는 리테일 기반을 가지고 있다. 우리종금과 합병시 예탁자산이 10조원이 넘어가고 고객수도 50만명에 육박하게 된다.

    ◇ 자금동원력 열세에도 전략 빛났던 우투 인수전

    임 회장은 농협금융 회장 재직 시절 당시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과 우리투자증권 인수로 맞붙어 한판승을 거둔 바 있다.

    당시 우리투자증권은 자산규모 1위 증권사로 누가 인수를 하더라도 단번에 업계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자금동원 능력은 KB금융이 앞선 것으로 평가됐지만, 임 회장이 매각자인 정부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 계열사까지 포함한 ‘우투 패키지’ 인수를 제시한 전략이 적중했다. 

    ‘우투 패키지’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한 내부 설득과정은 쉽지 않았다. 농협금융은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금융지주 지분 100%를 가진 농협중앙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더구나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 등 패키지 인수를 위해서는 1조7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임 회장은 당시 노조위원장을 만나 소통과 계열사 자율경영을 약속하는 등 내부 민심 잡기에 힘쓰고, 대의원 조합장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우리투자증권 인수 의지를 설득해 취임 두 달 만인 2013년 8월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서 "우투증권 인수를 전폭 지원하겠다"는 만장일치 찬성을 이끌어냈다. ‘금융권 제갈량’, ‘중재의 달인’ 등의 별명도 이때 따라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