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막히자 발행 잇따라전달 잔액 68조… 1년새 72% 증가쏠림 뚜렷... 신세계건설, GS엔택 등도 미달
  • 한국전력이 올해만 회사채를 8조5000억원어치 찍어냈다.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하면서 빚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셈이다. 

    미국 실리콘밸리투자은행(SVB)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우량채인 한전채 발행 규모가 계속 늘어날 경우, 자칫 금융시장의 '블랙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뒤따른다. 신용등급이 A에 해당하는 기업들 조차 회사채 미달이 잇따르며 크레디트 시장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전은 각각 2년, 3년물의 채권발행을 위한 입찰을 진행해 총 1조23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목표금액인 5300억원의 2배가 넘는 자금이 몰렸다. 발행금리는 2년물 3.99%, 3년물 4%로 같은 만기의 민평금리와 비교하면 2년물은 10.8bp(1bp=0.01%), 3년물은 11.1bp나 높았다. 

    올들어 한전채 발행금리는 4%대에 달하는데 비슷한 민평 금리 대비 20bp 가량 높은 수준이다. 

    한전은 올들어 총 8조5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달 말기준 발행잔액이 68조2700억원에 달해 시장에 유통된 한전채는 70조원에 육박하다. 

    시장에선 한전이 당장 눈 앞의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한전채 발행을 확대할 경우 일반 회사채 수요를 집어 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우량기업들조차 한전채 쏠림을 피해 투자 자금을 회사채가 아닌 해외 등지에서 찾아 나서는 등 자금확보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및 한전채발 자금경색이 또 다시 벌어지지 않으려면 한전의 적자를 줄이기 위한 전기요금 인상을 비롯한 한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 신용등급 AAA등급부터 AA등급 기업은 사정은 그나마 낫지만 A등급은 수요조사부터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지난달 28일 수요예측을 벌인 신세계건설은 100억원 주문을 받아 700억원이 미달났다. 같은날 GS엔택 역시 7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매수주문은 120억원에 그쳤다. 신세계건설과 GS엔택은 모두 신용등급A를 확보하고 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시장에 큰 어려움을 겪어 정부가 한전채 발행을 줄이기로 했으나 전기요금 인상 불발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까지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경우 시장의 흐름이 또 작년처럼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