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 이석준… 행시 26회, 기재부 차관기업은행 정은보 유력… 행시 28회, 금감원장우리금융 임종룡·신제윤 거론… 각각 행시 24회 금융위장김대기(22회), 추경호·김주현(25회)… 인사 좌우
  • ▲ 금융권 수장에 기재부 출신 경제관료가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가 우려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내정자,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뉴데일리DB
    ▲ 금융권 수장에 기재부 출신 경제관료가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가 우려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내정자,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뉴데일리DB
    윤석열정부 출범 첫해부터 금융권이 인사 격랑에 빠졌다. 주요 금융지주 수장을 경제관료들이 속속 꿰차는 모피아 낙하산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부산은행의 지주사인 BNK금융은 13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을 확정한다. 김지완 회장이 사퇴를 결정하면서 현재 회장 자리는 공석이다. 임추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안감찬 부산은행장을 비롯한 내부 후보 9명과 외부 자문기관이 추천하는 외부 후보 10여명을 포함한 롱리스트를 결정할 예정이다.

    관건은 내부 인사가 승계 성공 여부다. BNK금융지주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후보군에 외부 인사를 포함하도록 규정을 수정했다. 2018년 신설한 내부 승계로 회장을 선임한다는 규정을 한번도 적용해보지 못한 채 다시 손질했다는 점에서 외부 인사 승계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이 거론되는 가운데 경제관료가 깜짝 등장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와 이현철 우리카드 감사 등이 오르내린다. 김 전 총재는 금감원 부원장, 이 감사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이다.

    금융권 외풍은 전날 NH농협금융 회장에 이석전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되면서 본격화됐다. 당초 연임이 유력시되던 내부 출신 손병환 회장은 고배를 마셨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좌장을 맡기도 한 이 전 실장은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낸 이 전 실장은 행시 26회로 지난달 임명된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고시 동기다.

    농협금융 회장 인사는 친정부 경제관료들이 금융권 요직을 점령하는 낙하산 인사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의 셀프연임에 제동을 걸고 나선 만큼 모피아들이 더욱 활개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MOF)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연임 의지를 내려놓은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후임에는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시 28회 출신인 정 전 원장은 추경호 경제부총리(행시 25회)가 과거 금융위 부위원장 당시 사무처장을 지냈다. 윤종원 행장도 문재인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모피아라는 점을 이유로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샀지만, 끝내 관철됐다는 점에서 강행 가능성이 점쳐진다.

    연임이 거론되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입지도 녹록지 않다.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아 향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됐다. 행정소송을 통해 연임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최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사모펀드 책임을 이유로 용퇴하면서 동력이 꺾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이라고 못박으며 사퇴압박 수위를 높인 것도 부담이다.

    우리금융 후임 회장에도 모피아들이 거론된다. 박근혜 정부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전 농협금융 회장과 신제윤 전 기재부 1차관 등이다. 두 인사 모두 행시 24회 출신이다.

    기재부 출신이 금융권 전반을 장악하는 모피아 현상은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통령 인사를 직관장하는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부터 기재부 출신(행시 22회)이다. 김 실장은 지난 8월 대통령실의 대대적인 인적쇄신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김 실장의 3기수 후배(행시 25회)인 추경호 부총리와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입김도 무시못할 압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여권이 정권을 잡을 때마다 기재부 출신을 중심으로 부처 기강 다잡기에 나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과거 같은 무차별 낙하산 인사를 단행할 정도로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도 "기재부 출신을 중용하는게 아니라 뽑고 보니 기재부 출신이더라는 말처럼 능력중심 인사 기조의 결과론적 부작용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