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TSMC와 차세대 이미지센서 자국 내 생산 '청사진'美·대만 최고 기업 유치 통한 반도체 전쟁 생존 모색 나서2나노 개발 위해 반도체社 신설 넘어 美 정치권 협력 맞손
  • ▲ IBM·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2나노 반도체 기술 제휴 ⓒ연합뉴스
    ▲ IBM·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2나노 반도체 기술 제휴 ⓒ연합뉴스
    일본이 뒤늦게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 뛰어들어 미국, 대만 등과 손을 잡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체적으로도 2나노 반도체 양산에 도전하는 등 야심찬 계획을 펼치면서 깊어지는 반도체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하는 모양새다.

    20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일본 소니(Sony)그룹은 구마모토현에 진출한 대만 TSMC의 새 공장 인근데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 공장을 신설한다. 오는 2024년 착공해 2025년 이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니는 최근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를 자국 내에서 생산한다는데 중점을 두고 이 같은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마모토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소니는 최근 대만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생산공장을 구마모토에 유치하면서 여기서 로직 반도체를 공급받아 이미지센서 생산에 활용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소니는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40% 수준의 1위 사업자다.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 조금씩 점유율을 뺏는 상황이지만 차세대 이미지센서 시장에서는 삼성과 같은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키우려는게 소니가 최근 집중하는 부분이다. TSMC 생산공장을 자사 인근으로 유치해 적극적으로 자국 생산을 늘리면 일본정부의 지원까지 얻을 수 있어 상황은 더 유리해진다.

    여기에 최근 일본을 방문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소니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향후에도 소니가 애플의 아이폰에 이미지센서를 대량 공급하게 될 것이란 확신이 더해졌다. 이렇게 되면 애플과 소니, TSMC라는 3사가 일본 무대를 중심으로 강하게 연대하게 되는 셈이다.

    소니의 이미지센서를 중심으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부활을 꿈꾸는 일본은 여기서 더 나아가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도 직접 뛰어든다. 물론 미국과 손을 잡고 양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최근 일본의 대표기업 8곳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라피더스(Rapidus)'라는 반도체 기업을 설립했다. 일본 반도체 기업인 키옥시아를 비롯해 도요타,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이 투자하고 일본 정부도 700억 엔(약 6600억 원)을 들여 이 회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라피더스는 최근 미국 IBM과 손잡고 차세대 반도체 공동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들이 말하는 차세대 반도체는 현재 삼성전자와 TSMC가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제품으로, 라피더스와 IBM은 오는 2027년까지 2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해 양산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라피더스는 속도감 있게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사명에도 담았을 정도로 기존 반도체 강자들의 기술 속도를 따라잡는데 역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1위 TSMC는 물론이고 최근 3나노 공정 양산에 가장 먼저 성공한 삼성, 그 뒤를 쫓고 있는 인텔까지 미세공정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참전을 선언한 것이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뒤늦게 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 뛰어들어 우선적으로 시장 강자인 미국과 대만의 손을 잡으면서 한국 반도체가 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이 그동안처럼 반도체 소재만을 앞세워 시장 주변부에 머무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미국과 대만의 입맛에 맞추는 대신 기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더구나 일본이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정치, 외교적으로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 국내 반도체 상황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은 지난 7월 미국과의 외교·상무 장관 경제 대화에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적극 협력키로하고 반도체 공동 연구센터를 신설하는 등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세웠다.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분야 협력이 지금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 계속 발전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력한 미국과 든든한 대만을 등에 업은 일본이지만 생각처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많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기술력이 일본이 미국과 대만을 통해 어깨 넘어로 배워 따라올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게 업계 전반의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을 두고 국가 간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살 길을 모색하는 모습이지만 큰 위협감은 없다"며 "다만 우리 정부가 정책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