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손준비금 요구권 신설배당금 잔치 보다 건전성 확보 먼저고금리·금융지원 종료… 부실 대비해야행동주의 펀드·주주들 배당요구 봇물
  • ▲ 시중은행ⓒ뉴데일리DB
    ▲ 시중은행ⓒ뉴데일리DB
    사상 최대 실적을 쌓은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정책을 잇따라 내놓자 금융당국이 압박에 나섰다. 배당금 잔치보다 건전성 확보가 먼저라는 취지다. 하지만 은행 주주들을 중심으로 주주환원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주 금융위원회 대통령 업무보고안에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신설안이 담길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금융권이 늘어나는 부실채권을 흡수할 수 있도록 자본확충을 요구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동안 금융감독원은 대손충당금,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 등을 자율적인 협조를 요청해왔다.

    대손충당금은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아 당기순이익 감소요인으로 분류되며 배당도 불가하다. 반면 대손준비금은 배당은 불가능하지만 보통주자본으로 인정돼 실적감소로 이어지진 않는다. 금융위는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대손준비금의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은행 총 여신규모는 2019년 1981조원에서 지난해 9월 2541조원으로 28.3% 급증했다. 반면 부실채권비율은 같은기간 0.77%에서 0.38%로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부실채권규모도 15조3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착시현상이다. 금융지원이 올해 상반기 종료되고 나면 부실율은 높아질 수 있다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국민들이 연체와 부실에 빠지지 않도록 은행권의 세심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주주환원정책을 공언한 은행들은 불편한 눈치다. 당국의 대손준비금 요구가 법제화되면 쌓아야 할 준비금이 늘면서 배당여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KB금융, 신한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올리고 중장기정으로 주주환원비율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신한지주는 자본비율 12% 초과분을 주주에게 돌리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주주들의 목소리도 거세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달초 7개 은행지주에 주주서한을 보내 당기순이익의 50% 주주환원을 요구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금융지주 시가총액은 순자산의 0.3~0.4배에 불과하다"며 "주주환원율을 50%가지 상향하면 만성적 저평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주주환원정책을 재료로 연초 증권시장에서 상승랠리를 펼치던 은행주들이 주춤한 모습이다. 이달 2일 3만4300원에서 지난 26일 4만4900원으로 지난해 연고점을 돌파한 신한지주는 금융당국 규제안이 발표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마찬가지로 지난 16일 연고점을 돌파한 하나금융지주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별로 충당금 산출방법 차이도 커 경기상황에 따른 탄력적 대응이 어려웠다"며 "내년 상반기 은행업감독규정 시행을 목표로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