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기침체·인플레이션 영향 수요 감소… 올 소폭 회복 기대원자재·물류비 인하추세 '긍정적'… "코로나 이전 수준 복귀 어려워"치열해진 판매 경쟁에 마케팅비 확대 예고…'비용관리'가 가전사업 실적 관건
  • ▲ LG 시그니처 2세대 제품 이미지 ⓒLG전자
    ▲ LG 시그니처 2세대 제품 이미지 ⓒLG전자
    지난해 수요감소로 시름했던 가전업계가 올해도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실적과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부담이 컸던 원자재와 물류비가 떨어지는 추세긴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귀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데다 판매 경쟁은 더 치열해져 올해도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전시장에 불어닥친 극심한 수요 침체로 부진한 실적을 나타낸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사업이 올해도 수익성을 회복하는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는 가전업계에서 유례없는 불황기로 기록됐다. 삼성전자 TV, 가전사업은 지난해 4분기 분기 기준으로 7년 만에 적자전환했고 LG전자도 가전에선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TV사업에선 적자폭을 더 키우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양사 모두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 나서면서 지난해 가전 사업 실적이 저조했던 주된 이유로 글로벌 수요 감소를 꼽았다. 앞선 2년 간은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소비자들의 펜트업 수요로 예상 밖의 호황을 누렸는데, 코로나19가 끝난 엔데믹 상황에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은 빠르게 지갑을 닫았다.

    쪼그라든 가전 수요는 올해도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경제 침체와 금리인상 등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지난해와 다를 바 없는 시장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하반기에는 소폭이나마 변화가 감지될 수 있을 것으로 가전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달 27일 열린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도 시장 어려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 거시경제 여건이 하반기 개선되더라도 가처분 소득 감소와 수요 위축으로 소비심리가 정상화되는데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 ▲ CES 2023 삼성전자 비스포크홈 쇼케이스 현장 모습 ⓒ삼성전자
    ▲ CES 2023 삼성전자 비스포크홈 쇼케이스 현장 모습 ⓒ삼성전자
    매출 성장도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었다. 삼성과 LG가 공통적으로 수익성 발목을 잡힌 원인으로 꼽은 것은 '물류비와 원자재비'다. 코로나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은 물류비와 원자재비가 지난해 가전사업이 이익을 내는데 가장 걸림돌로 지적된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 들어 물류비와 원자재비는 본격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해상운송 선사나 육상 물류사와 재계약을 통해 물류비는 낮아지고 있고 LG전자의 경우 이 같은 물류비 인하 효과가 올 1분기 실적부터는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도 물류비와 원자재비 인하 효과가 실적에 크게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을 앞세웠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열린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원자재 가격과 해상운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하는 추세"라면서도 "중국 리오프닝으로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고 경기 회복 기대 영향으로 다시 반등하고 있어 예상 대비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해상운임도 떨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에 비해선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양사의 의견을 종합하면 결국 물류비는 인하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 대비 부담은 커진 상황이고 원자재 값은 최근 하락하는 추세지만 향후 다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만큼 물류비와 원자재비가 수익성에 부담을 주진 않더라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비용 부담이 줄어들기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올해도 여전한 물류비와 원자재비 부담을 안고 조금씩 되살아날 가전 수요를 적극 공략해 판매를 늘리는 것만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이 같은 해법은 삼성 LG를 비롯해 다른 글로벌 가전 제조사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생각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치열한 판매 경쟁이 불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리오프닝과 맞물려 중국 가전제조사들이 다시 글로벌 시장에 물량을 풀면서 이들과 경쟁하기 위한 삼성과 LG의 엄청난 마케팅 비용 지출이 예고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판매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올해도 비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지가 가전업계 실적을 판가름하는 핵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