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TV 전력사용량 규제 실행유럽 기준 맞춘 8K TV 기술 개발 완료미세플라스틱 이슈 도마 위… LG 저감기술 개발 선탑재EU 시작 글로벌 기준 상향 추세… 신기술 적용 가전 개발 속도
  • ▲ 2023년형 삼성 네오 QLED 8K TV ⓒ삼성전자
    ▲ 2023년형 삼성 네오 QLED 8K TV ⓒ삼성전자
    국내 가전업계가 갈수록 높아지는 유럽연합(EU) 에너지·환경보호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달 시행을 앞두고 있는 TV 에너지효율 규제를 비롯해 세탁기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조만간 EU 측에서 본격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업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자로 EU가 고화질 TV에 적용되는 에너지효율지수(EEI) 기준을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TV업체들은 이 기준을 충족하는 신제품을 내놓고 판매에 나선다.

    이번에 EU가 문제삼는 TV는 8K와 마이크로LED 등 고화질 TV들이다. 기존 4K TV 대비 화소 수가 4배 더 큰 8K TV가 이번 EU 규제 시행으로 판매에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가뜩이나 쪼그라든 TV시장과 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과 LG가 특히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과 LG는 아이디어를 냈다. EU 기준에 적합하게 8K TV 화면밝기(휘도)를 조절하는 옵션을 적용한 제품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LG전자는 EU의 높아지는 에너지 기준을 기회 삼아 자사가 강점이 있는 올레드(OLED) 제품이 특히 에너지 효율이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규제상황을 오히려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LG전자는 지난달 있었던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당사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좋은 올레드를 주축으로 삼고 있어 EU의 에너지 효율 규제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며 "이미 유럽의 규제사항을 모두 파악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3세대 OLED TV패널 등을 활용해 전력소모 규제에 부합한 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출시를 앞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8K TV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휘도를 조정하는 옵션 기능을 적용해 당장은 에너지효율 기준에 맞춘 제품을 출시하긴 했지만 추후 이 옵션과 관련해 규제 당국과의 마찰이나 소비자들의 불만 등이 발생할 소지는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 내부에선 앞으로 이 같은 에너지 효율 규제가 EU를 넘어서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신기술 개발로 화질과 휘도를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 연구에 나섰다.
  • ▲ LG전자 트롬세탁기 미세플라스틱 저감 기능 업그레이드 ⓒLG전자
    ▲ LG전자 트롬세탁기 미세플라스틱 저감 기능 업그레이드 ⓒLG전자
    TV에 이어 세탁기도 그동안 묵혀왔던 미세플라스틱 발생 문제로 EU에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35%가 세탁할 때 손상되는 합성섬유에서 발생하는데, 이런 까닭에 세탁기가 미세플라스틱 발생의 온상으로 지적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먼저 문제제기에 나서고 있는 곳도 EU다. 당장 프랑스가 오는 2025년부터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저감 솔루션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여기에 미국과 영국, 호주 등도 관련 법안 규제를 논의하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환경문제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지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입장에선 이런 시대적 흐름과 소비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 LG전자는 이미 자사 트롬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케어 코스를 업그레이드해 내달 중에 순차적으로 적용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쏟아질 규제에 앞서 선제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실제 기업들의 경영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EU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에너지 효율이나 탄소배출 관련 규제 수위가 높아지는데 대비하기 위해 가전업계의 신제품, 신기술 개발에도 속속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