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A텐코코리아, 갑작스런 인력 감축… 미국식 '당일 퇴사' 논란희망퇴직 받은 램리서치와 비교… 업황 악화에 최대 7% 정리해고중국向 장비 수출길 막히고, 삼성·SK 수요 줄어 '탈아시아'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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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이자 글로벌 장비 톱5로 꼽히는 KLA가 갑작스런 인력 감축으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지난달엔 같은 미국기업인 램리서치 한국지사도 희망퇴직자를 모집하며 한국 근무 인원 상당수를 덜어냈다. 글로벌 반도체업황이 얼어붙은데다 중국향 반도체 장비 수출까지 막히면서 미국기업들이 아시아 전반에서 인력을 줄이는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LA텐코코리아(이하 KLA)는 최근 인력 감축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퇴사자를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퇴사 대상자는 사전 예고 없이 연봉협상을 이유로 본사로 호출해 퇴사를 권고당했다며 절차 상의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KLA는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반으로 전체 인력의 3% 가량을 감축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KLA의 한국법인인 KLA텐코코리아에는 약 700명의 임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도 상당수 퇴사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번에 KLA 인력 감축에서 집중 타깃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엔지니어들이다. 반도체 장비기업에서 엔지니어는 고객사에 납품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유지, 보수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데, 이들을 중점적으로 줄이겠다고 나서고 있어 반도체업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더구나 KLA가 퇴사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당일 통보 후 해고를 하는 노동법 위반 행위를 한 탓에 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본사에서 인력 감축 지시가 내려왔다고 하더라도 희망퇴직자를 사전에 모집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리해고(Lay-off)에 나서는게 통상적인 방식이지만 KLA는 외국계 기업이라는 점을 악용해 국내 상황에는 맞지 않는 해고 통보에 나섰다는 것이다.앞서 정리해고를 진행한 같은 미국계 장비회사인 램리서치에 비교해도 이번에 KLA가 진행하는 인력 감축 방식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램리서치 한국지사도 지난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몸집 줄이기에 나섰는데, 이 또한 미국 본사가 전세계 인력의 약 7% 수준을 감축하겠다는 발표 이후 진행된 일이었다. 같은 미국계 기업이지만 한국시장에서 근로자들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 확연히 차이났다.올 들어 벌써 미국 장비회사 톱2가 국내에서 몸집 줄이기에 들어가면서 당분간 반도체업황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반증이 확인되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시장에 지사나 법인을 두고 있는 외국계 장비 기업들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핵심 고객사를 근거리에서 관리하겠다는 이유가 큰데, 최근들어 이 고객사들의 부진이 깊어지며 장비사들도 비용과 인력을 감축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게다가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앞서 대중(對中) 수출 규제에 응한 네덜란드와 일본처럼 한국과 독일도 수출 규제에 합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과 SK가 중국 생산기지에 추가적으로 장비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기에 장비를 납품하고 관리하는 미국업체들이 가장 먼저 발을 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이렇게 되면 미국이 중국을 반도체 산업에서 고립시키는 과정에 한국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오히려 중국 리스크를 함께 떠안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반도체업계에선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과 SK가 장비 수출 규제 유예를 추가적으로 받지 못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는데, 이번에 미국 장비업체들이 한국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을 진행하면서 이 같은 예상이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관론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