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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기시다 '그랜드바겐'?… 반도체 '맑음'-어업협상 '흐림'

16일 한일 정상회담… 수출규제 등 논의 예상WTO 분쟁해결 잠정중단 등 반도체 협력 '청신호'2016년 '결렬' 어업협상 안건 빠져… 원전 오염수 '걸림돌'협상타결 시 日해역 수산물 '국산' 둔갑… 안전문제 선결과제

입력 2023-03-14 07:39 | 수정 2023-03-14 07:40

▲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뉴스

오는 16일 일본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그랜드바겐'(일괄타결)이 분야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반도체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는 양국 간 해빙 분위기를 탈 것으로 보이지만, 수산 분야는 상당 기간 제자리걸음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일본 정부 초청으로 16일부터 1박 2일간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의 소위 그랜드바겐이 어느 정도 결실을 볼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를 포함해 양국 간 현안의 종합적·포괄적 해결을 주장해왔다. 이번 방일 기간 기시다 총리가 어느 정도 호응하느냐에 따라 방일 성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부처·분야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등을 앞세워 이번 방일에서 가장 큰 성과가 예상되는 부처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16~17일 일본 출장길에 올라 경제 분야 성과 도출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앞선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일 양국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시작된 수출규제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양자 간 협의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분쟁해결 절차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 우리나라 대법원이 미쓰비시 중공업에 일제강점기 근로자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일본 정부는 이듬해 7월 반도체 제조 관련 핵심소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고,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보복조치에 들어갔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한 상태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관은 "2019년 일본의 조치에 맞서 우리나라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 이를 원상복귀하는 조치가 양국 간 정책대화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며 "최근 수출이 굉장히 어렵고 반도체 공급망 관련된 부분 등 여러 요인이 있어 수출규제 원상복귀에 대해 양국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연합뉴스

반면 해양수산부는 이번에 이렇다 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이번 주 해외 세일즈 외교에 나서지만, 장소는 일본이 아닌 중동이다. 조 장관은 부산항만공사, HMM, 현대건설 등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을 돌며 해운·항만·물류 분야 협력을 논의한다. 조 장관이 16일 귀국하며 일본으로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해수부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해수부는) 다룰 안건이 없고 딱히 수행도 없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은 한일 간 해결해야 할 묵은 현안이 적잖은 분야다. 먼저 2016년 결렬된 이후 답보 상태인 한일 어업협상을 들 수 있다. 양국은 우리 연승어선의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입어 규모 감축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다 무역 보복 조치 등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하면서 협상 테이블 대면조차 쉽잖은 상황이었다.

이에 해수부는 최근 한일 해빙 무드에 따라 실무협의를 본격화하기 위한 준비에 나설 채비다. 다만 현재로선 이렇다 할 진척사항이 없는 실정이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과거 어업협상 사례를 보면 수산당국 간 국장급 회의가 10여 차례 이뤄진 후 협상이 타결됐었다"고 부연했다. 이번 정상회담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해양에 방류하는 문제도 얽혀 있다. 앞선 2021년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 저장탱크가 가득 차는 시기를 고려해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한 뒤 올해 봄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이슈는 국민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여서 과학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한일 어업협상이 빠르게 타결돼 우리 어선의 일본 EEZ 내 조업이 재개될 경우 기국주의 원칙에 따라 어획물이 한국산 수산물이 돼버린다는 점이다. 일본 해역에서 잡은 수산물이 국산으로 국내에 유통될 경우 수산물 안전관리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계획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질타가 이어져 조 장관이 진땀을 뺐다. 앞선 16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출된 삼중수소가 10년 뒤 국내 해역에 0.001㏃/㎥ 농도로 희석돼 유입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을 두고 의원들은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를 따져 물었다. 0.001㏃/㎥는 현재 국내 해역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 172㏃/㎥의 10만분의 1 수준으로, 현재 분석기기로는 검출되기 힘든 정도의 농도다.

이날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은 "일본 오염수 방류에 당위성을 심어주는 결과가 나올까 걱정"이라며 "압박 자료를 수집하고 해외 사례를 살펴봐 달라"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오염수 방류가 두 달 앞인데 국민 생명을 누가 지키는가. 국제원자력기구(IAEA)만 믿으면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신정훈 의원은 "일본이 제시한 값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라며 "일본의 기대대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일본의 방류 명분만 높여주지 않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일본 정부에 오염수 관련 데이터를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범정부 태스크포스에 의견을 개진하겠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검증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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