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관리재정수지 GDP의 -3% 이내로"… 野 "시급성 의구심"15일 국회 기재위 경재재정소위 법안 심의… 통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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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재정준칙 도입 관련 공청회에서는 여야의 의견대립 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는 등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의석수가 많은 야당이 재정준칙 법제화에 반대하면서 이달 재정준칙 관련 법안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재정준칙 법제화는 정부가 지난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야당의 반대에 막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던 문재인 정부 때(2020년)도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재정준칙 도입을 주장하자 반대한 바 있다.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재정준칙이 처음 논란이 됐을 때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부채가 급상승하던 시기였고, 그 때는 재정준칙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논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재정건전성이 좋아지고 있는데 재정준칙을 도입할 이유가 무엇이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같은 당 강준현 의원도 "재정준칙 법제화가 시급성이 있느냐. 이것이 필수요소인가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며 "올 하반기에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는데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같은 당 양기대 의원은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지속해서 유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분들을 위해 재정을 더 풀어서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이날 기재위 공청회에 출석한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렸다.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도, 지금 900조 원의 흑자인데도 개혁하자는 것은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며 "국가채무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으니 위험하지 않다고 하지만, 앞으로 위험해질 수 있으니 안전장치를 하자는 것이다. 운영을 잘해서 안전장치까지 안 가면 좋지만, 언제 생길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자는 것"이라고 재정준칙 도입을 주장했다.우리나라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 원(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36%)이었지만, 지난해 1068조8000억 원(GDP 대비 49.7%)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올해는 1134조4000억 원(GDP 대비 50.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김 교수는 "재정준칙을 당장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일 국가가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루면 미룰 수록 힘들다"며 "연금개혁도 마찬가지다. 연금개혁을 당장 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가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5년 전에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옥동석 인천대 명예교수는 "고령화에 따라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며 "최근 재정적자가 만성화되고 있기 때문에 바로 이 시기에 재정준칙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반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정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면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다른 나라들은 모두 다 재산과 현금을 동시에 집계하는 발생주의적 개념에 따라 재정준칙을 운영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예산 기술자라면 누구든지 쉽게 달성하는 현금주의적인 재정준칙을 만든다는 점에서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발생주의 재정준칙은 자산의 변동까지 고려하지만, 현금주의는 현금만 보고 가계부를 쓰는 셈이어서 정부가 손실을 자산으로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가채무 기회비용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면서 "변화된 환경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야 하고 재정준칙을 준수하다 보면 결국은 사회정책과 복지재정을 최우선으로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한편 기재위는 15일 경재재정소위원회를 개최해 재정준칙 도입과 관련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