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첫 공항 철수… 내부적 안도의 목소리도공항 적자 부담 줄어 해외, 시내면세점 투자여력↑'승자의 저주'에 엇갈린 판단… 결과는 수년 뒤
  • ▲ 베트남 다낭 롯데면세점.ⓒ호텔롯데
    ▲ 베트남 다낭 롯데면세점.ⓒ호텔롯데
    롯데면세점의 분위기가 미묘하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서 모든 구역에 탈락, 공항 개장 22년만에 처음으로 입점에 실패했지만 도리어 안도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임대료로 적자만 기록하던 공항면세점의 비용을 절감함으로서 오히려 해외와 시내면세점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안도까지 나온다. 이런 롯데면세점의 태도에는 경쟁사가 써낸 높은 임대료가 오히려 발목을 잡으리라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21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인천공항 면세점의 입찰 실패에 따른 내부적 타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천공항 개장 이후 22년간 면세점을 지켜온 롯데면세점에선 이례적 반응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매출 비중은 현재 9% 수준으로 90% 이상이 시내면세점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도 (코로나 이전) 2019년 수준으로도 시내면세점의 비중은 80~9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인천공항 면세점에 투입되는 비용은 적지 않았다. 입점업체를 불문하고 통상 인천공항 면세점은 높은 임대료로 인해 매년 적자를 기록해왔던 점포로 꼽힌다. 그럼에도 면세업계가 인천공항 면세점 자리를 두고 다퉈온 것은 수익적인 측면보다는 허브 공항에 대한 ‘간판’의 의미가 크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은 손익분기점(BEP)을 넘을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을 써냈다”며 “경쟁사가 써낸 공격적인 가격은 써낼 수도 없고 써냈어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의 승자로 꼽히는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은 입찰 최저가의 170%에 달하는 임대료를 써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40%를 임대료로 내야하는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면세점으로서는 도무지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롯데면세점은 오히려 인천공항 면세점의 철수를 계기로 해외면세점과 시내면세점에 집중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6월 인천공항 면세점을 철수하면서 임대보증금 2400억원을 환급받게 된다. 

    향후 해외면세점 확대와 시내면세점의 경쟁력 확보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6월 호주 멜버른공항 면세점을 오픈하는 한편 올해 베트남 하노이 시내면세점을 오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공항면세점의 적자부담이 줄어든 만큼 시내면세점에서 공격적 마케팅, 할인정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기존 면세사업자의 사업권이 종료될 것으로 보이는 싱가폴 창이공항 면세점, 홍콩 책랍콕 공항면세점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이 없기에 오히려 전략적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이야기다. 다만 인천공항 없이 가겠다는 롯데면세점의 판단이 맞아떨어질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롯데면세점의 판단에는 경쟁사에서 과도한 임대료를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과도한 비용으로 입찰에 이기고도 위기를 겪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인천공항 입성이 예정된 경쟁사에서는 이런 롯데면세점의 판단에 당연히 부정적이다. 최장 10년을 영업할 수 있게 된만큼 면세업계 시장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 등 변수도 적지 않다. 따라서 누구의 전략이 옳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수년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흑자를 내기 위한 사업전략에 맞춰 면밀한 검토 후에 적정한 금액을 써냈다”면서 “‘승자의 저주’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