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 규제 1년 단위 구조에 연말 대출 절벽 고착화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생산적 금융에 공급 여력 축소"실수요까지 막히면 정책 수용성↓ … 보완책 논의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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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연말마다 반복돼 온 이른바 ‘대출 절벽’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내년에도 유지하는 데다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과 생산적 금융 기조가 맞물리면서 가계대출 공급이 연중 상시 관리 체제로 굳어지고 있어서다. 연말에는 급격히 조이고, 연초에 일부 풀리는 계절적 변동이 반복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로부터 2026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제출받아 취합 중이며,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내년 2월 이후 최종 목표치를 확정할 예정이다.금융당국은 2017년 도입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 방식을 내년에도 유지할 방침이다. 명목 국내총생산 성장률 범위 안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하고, 이를 초과한 금융사에는 다음 해 목표 설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구조다. 내년 명목 국내총생산 증가율 전망치는 3%대 초반에서 4%대 초반 수준으로 거론된다.이 같은 1년 단위 총량 관리 구조 자체가 연말 대출 경색을 반복시키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총량 규제가 연 단위로 설정되다 보니 연말에는 목표를 초과한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연초에 다시 여력이 생기는 흐름이 반복된다”며 “이 같은 계절적 변동이 지금 정책 구조에서는 구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문제는 올해 이미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목표 초과 은행에 대한 관리 강화가 내년도 가계대출 목표 축소로 이어질 경우, 은행권 전반의 가계대출 공급 여력은 추가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 보호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총량 관리라는 큰 틀 안에서 은행들이 운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라는 게 현장의 공통된 시각이다.이에 따라 은행들은 연말까지 사실상 가계대출 취급을 대폭 축소한 상태다. 국민은행은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전면 중단했고,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도 막았다. 타행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용대출 대환 목적 대출과 비대면 전용 신용대출도 제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영업점 대면 접수를 중단했고,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담대를 멈췄다.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가계대출 한도를 월10억원으로 묶어 관리하고 있다.총량 관리 강화의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이례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최근 보름 사이 약 1888억원 줄었다. 연말 신규 대출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기존 대출 상환이 이어진 결과다.새해가 된다고 여건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은 1월에 초기화되지만, 내년도 연간 목표치가 보수적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자산 하한이 기존 15%에서 20%로 상향되면서, 은행권의 주담대 취급 여력은 구조적으로 줄어든다. 금융권에서는 이 조치로 신규 주담대 공급 여력이 약 27조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박 이코노미스트는 위험가중치 상향 효과에 대해 “주담대 공급 축소 영향은 제도 시행 이후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체감될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부터 은행들의 대출 운용에 바로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여기에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도 가계대출을 구조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 자본을 기업대출과 전략 산업 금융으로 유도하고 있으며, 은행들 역시 중장기 경영 전략상 가계대출 비중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방향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국내총생산 성장률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늘어온 점을 감안하면 규제 필요성 자체는 일정 부분 인정된다”고 말했다.다만 전세 계약 갱신이나 이주 수요처럼 불가피한 자금 수요까지 총량 규제에 막힐 경우 실수요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투기 목적이 아닌 불가피한 실수요까지 영향을 받게 되면 정책 수용성이 낮아질 수 있다”며 “필요한데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계층이 발생할 경우 금융당국 차원의 보완책 논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