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5개사 작년 R&D 비용 총 1조1867억원… 전년비 1.1%↑“실패 및 지연 가능성 높아… 정부 지원 필요” KAI, 2배 가량 R&D 늘리며 전체 성장세 견인
  • ▲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K2 전차 모습.ⓒ현대로템
    ▲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K2 전차 모습.ⓒ현대로템
    지난해 22조원의 수출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국내 방산업체들이 연구개발(R&D) 비용 지출은 소폭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현대로템 등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5개사의 작년 R&D 비용은 총 1조18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1조1736억원 대비 1.1% 증가한 수준이다. 

    회사별로 보면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의 연구개발 비용은 뒷걸음질쳤다. 

    한화시스템의 연구개발비용은 2020년 2839억원에서 2021년 3539억원으로 24.7% 늘었지만 지난해는 3240억원으로 약 300억원 가량 줄었다. 한화시스템의 경우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용은 2020년 17.2%, 17%, 14.8%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국내 방산기업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LIG넥스원은 745억원 수준으로 2021년 823억원과 비교하면 9.5% 줄었고, 2020년 819억원 보다도 9% 줄었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 비율은 2020년 5.1%에서 2021년 4.5%, 지난해 3.4%로 감소했다. 

    반면 KAI는 연구개발 비용이 전년 대비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KAI는 지난 2020년 432억원에서 2021년 483억원 지난해 888억원으로 3년간 105.6% 늘었다. 다만 사업 참여에 따른 개발비가 2020년 1926억원에서 2021년 1605억원, 지난해 1179억원으로 줄면서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 및 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8.39%에서 2021년 8.2%, 지난해 7.46%로 소폭 감소했다.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전년 대비 각각 90억원, 12억원씩 증가했다. 

    현대로템은 2020년 1049억원에서 2021년 1035억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지난해 1125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그러나 매출액 증가에 따라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9%에서 2021년 3.7%, 지난해 3.6%로 감소세를 띄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0년 4624억원에서 2021년 5854억원, 지난해 5867억원으로 증가세를 띄었다. 다만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개발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8.7%에서 9.1%로 늘었다가 지난해는 9.0%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170억달러, 한화 약 22조원 규모의 역대 최고 수출을 달성하며 호실적을 거둔 방산업계가 미래 먹거리 확보에는 인색한 모습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신냉전이 도래하며 국내 방산업체들은 황금기를 맞았고 큰 폭의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일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조5396억원, 영업이익 3772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8%, 영업이익은 35.5% 증가한 수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KAI 또한 매출액 2조7869억원, 영업이익 1416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8.8% 늘었고 영업익은 143% 증가했다. LIG넥스원도 지난해 매출액 2조2208억원, 영업이익 1791억원의 호실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1.9% 늘었고, 영업익은 84.3% 개선됐다. 

    시장에서는 K방산의 위상을 잇기 위해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위산업의 경우 기술, 보안등의 문제로 자국 업체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다만 해외업체라 하더라도 자국 방위 업체들이 보유하지 못한 기술력을 갖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다수 국가들이 대체할 수 없는 기술력은 돈을 주고 구매해서라도 자국 안보에 나서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방위 업체들이 잇따른 수주 잭팟을 터뜨린 것은 그간의 기술력과 성능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최근 전쟁의 양상은 미래전으로 변화하며 무기 체계가 더욱 고도화 첨단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인기, 정밀 드론 방어 시스템, 전투 로봇, 위성 네트워크 보유 유무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방산 기업들은 미래 전장에 대비하고자 선제적으로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왔다. 실제 미국 안보 및 유망기술 센터(CSET)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서 2020년 사이 세계 50대 방산기업은 인공지능 기술에만 10억6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글로벌 방산기업 1위인 록히드마틴도 매년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연구개발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의 연구개발비는 정부가 매해 진행되는 사업 특성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신무기나 신기술 개발 획득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연구 개발 실패나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