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에 20% 우선 배정건강한 주주 확대적대적 M&A 방어MBK "시장 질서 유린" 발끈
  •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데일리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데일리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한다. 건강한 일반 주주 확대로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험을 낮춘다는 복안이다. 다만 유통주식 증가에 따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고, 유증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대부분 차입금 상환에 쓴다는 측면에서 시장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30일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373만2650주에 대한 유상증자를 시행하기로 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67만원으로, 약 2조5000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조달 자금 중 2조3000억원은 채무상환에 사용하며, 나머지는 시설자금(1351억원)과 타법인증권취득자금(657억원) 등에 쓸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총 모집주식 중 80%에 대해 일반공모를 실시하며, 나머지 20%는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할 방침이다. 특히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 대해서는 그 특별관계자와 합해 총 모집주식수의 3%인 11만1979주 내에서만 배정하기로 했다. 주주 기반을 확대해 ‘국민기업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증자 시1인당 청약 한도를 정해 놓는 실제 사례는 다수 존재한다. 공개매수 이후 특정 주주들에게 지분이 집중돼 지속적으로 분쟁이 야기될 수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다”며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일반 국민 등 다양한 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소유 분산을 통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소액주주에게 분산된 소유구조를 통해 개방적인 지배구조 및 경영구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소수주주의 과반결의제(Majority of Minority, MoM)’를 도입, 합병·분할합병·포괄적 주식교환 등 주요 안건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배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한다는 목적이다.

    아울러 이번 일반공모 증자로 ▲거래량 축소로 인한 상장폐지 리스크 해소 및 주식 유동성 증대를 통한 주가 불안정성 해소와 주주보호 ▲MSCI Korea 지수 편출 리스크 축소 ▲자금조달 기반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 강화 및 재무구조 안정화 기여▲우리사주 배정을 통한 임직원 복리 및 노사협력 증진 등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고려아연은 “국민을 상대로 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적대적 M&A와 이로 인한 기술유출, 나아가 국가기간산업의 해외 매각 등을 방지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며 “임직원과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 보호함으로써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이날 이사회에서 보유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안과 함께 MBK·영풍 연합이 청구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었다.

    그러나 결과는 시장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대규모 유증으로,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일반 주주 확대를 통한 국민기업화’란 회심의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유증을 통해 MBK 연합의 지분율 희석을 꾀하면서, 우리사주조합에 20%의 유증 물량을 배정해 우호 지분을 늘리는 전략으로 ‘정면돌파’를 택한 모양새다.

    실제 이날 고려아연의 유증 결정 이후 주가는 장중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락 중이다.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유증은 유통주식수 증가→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날 종가 기준 고려아연 주가는 154만3000원이다. 반면 신주 발행가액이 67만원으로 절반에 못 미친다.

    MBK 측은 “고려아연이 고금리 차입금으로 공개매수에 나서 기존 주주들은 주식 가치보다 높은 가액의 현금유출로 인한 손해를 입었고, 여기에 30%나 할인된 가액으로 유증이 이뤄지게 돼 주식 가치는 더 희석되게 됐다”며 “이번 일반공모 유증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로, 모든 법적 검토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