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반도체 시장 선점 '쉘퍼스트 전략', 천문학적 투자금 경쟁삼성 용인 클러스터 300조… TSMC도 대만에 80조 투자 결정美 생산기지 구축 공 들이지만… 안정성 높은 자국 투자 초점
  • 삼성전자와 TSMC가 미래 시스템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경쟁에 속도를 낸다. 반도체 경쟁력이 패권주의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이어 국내 투자를 통해 자국 생산 경쟁력 높이기에 들어갔다.

    2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대만 신주 지역에 2나노미터(nm) 공정 신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신주 지역은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곳일 뿐만 아니라 TSMC가 창립하며 첫번째 팹(Fab)을 둔 이후 본사이자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TSMC는 이 곳에 총 4개의 팹을 증설해 2나노 공정 제품 양산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불과 지난해 말에서야 3나노 양산을 시작했지만 어느 곳보다 앞서 2나노 양산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해 3나노 양산을 두고 삼성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와 '최초' 타이틀을 뺏긴만큼 더이상은 삼성과 같은 경쟁사에 우위를 넘겨주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총 4개의 신규 팹 건설에 들어가는 자금만 80조 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TSMC는 이 신규 공장을 이르면 오는 2025년 가동한다는 계획인데, 2025년이면 삼성도 2나노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시점이라 벌써부터 차세대 공정을 앞두고 불꽃 튀는 경쟁이 예고된다.

    앞서 TSMC는 해외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는데 자국 내에서도 생산기지 확대는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할만큼 중요한 산업으로 떠오른만큼 해외 생산 뿐만 아니라 자국 생산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 또한 반도체 기업들의 과제가 된 까닭이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향후 20년 동안 300조 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도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체제를 갖추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경기도 화성과 평택에 이어 용인까지 메모리 반도체부터 파운드리를 망라한 종합 반도체 생산 거점을 꾸리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이다.
  • ▲ TSMC 미국 애리조나 신공장 부지 전경 ⓒTSMC
    ▲ TSMC 미국 애리조나 신공장 부지 전경 ⓒTSMC
    TSMC와 삼성 모두 미국이나 중국, 일본, 유럽 등지에 해외 생산기지도 구축해놨거나 건설을 추진하는 상태지만 결과적으론 자국 내 생산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공통점을 나타냈다. 이미 국내 팹을 중심으로 생산에 나서고 있는 데다 미래 투자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은 결국 자국이라는 결론을 내린 모양새다.

    물론 전략적으로 해외 현지 생산체제를 갖춰야 할 곳에선 아낌없는 투자도 진행한다. TSMC는 이미 중국 난징과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여기에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선 신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약 400억 달러(약 53조 원) 가량이 미국 신공장에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TSMC가 자국 내 투자에 이어 가장 비중을 두고 생산기지를 갖추는 곳이 미국임을 알 수 있다.

    TSMC는 일본과도 손을 잡았다. 지난해 일본 구마모토 지역에 신규 공장 착공에 들어갔고 이 공장 또한 오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12나노급 반도체 생산 공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일본 현지 고객인 소니, 도요타 등 자동차 기업들의 니즈에 맞는 차량용 반도체를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일본 생산 거점을 세운 것이다.

    유럽에선 독일의 러브콜을 받아 신규 공장 투자를 저울질 하고 있다. 최근 TSMC는 독일 정부 측과 보조금이나 세제혜택 등을 두고 막바지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알려졌다. 독일 드레스덴 지역에서 추진되는 TSMC의 첫 유럽 생산기지에도 수 조원대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은 국내에 이어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집중적으로 해온데 이어 미국 오스틴 지역에도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건설 중인 테일러 공장까지 더해지면 삼성 반도체 생산에서 미국이 꽤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기지가 된다. TSMC처럼 일본이나 유럽 등에서 투자 러브콜은 있는 상황이지만 삼성의 고객사나 제품군으로 봤을 때 당분간은 국내와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 시스템을 안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