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리콜 유도, 차량 안전성 제고전기차·자율주행차 대응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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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차장도 아닌데 ‘쾅’하는 소리와 함께 새 차를 사정없이 뒤에서 들이받는다. 억대가 넘는 제조사 차량들이 성한 곳 없이 부서진 채 늘어서 있다. 차량 결함을 조사해 제조사의 자발적 리콜을 유도하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이하 안전연구원) 얘기다.

    지난 23일 경기도 화성의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안전연구원에서 안전 시험을 참관하고 인프라를 둘러봤다. 정해진 시간 오후 2시 10분에 맞춰 ‘아우디 e-트론’의 후방충돌 시험이 진행됐다. 무게 1800kg의 대항차가 50km 속도로 달려와 들이받은 직후, 연구원들이 붙어 전해액 누출 등 이상 유무를 점검했다.

    접근해도 이상 없다는 신호가 떨어진 후 하단 범퍼와 후면 유리창 등이 처참하게 부서진 차량 주위를 둘러봤다. 후방충돌 실험은 내연기관 기준으로는 차량의 연료누출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전기차인 e-트론은 충돌 후 배터리의 안전성 평가가 이뤄진 뒤 차량 전복 시 배터리의 안전성을 평가했다.

    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충돌 이후 전체 전해액의 7% 이상이 누출되면 추가 점검을 실시한다”며 “다만 전해액이 누출됐다고 해서 화재와 곧장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충돌시험장을 나서면서 좌우로 정렬된 결함조사 대상 차량들이 눈에 들어왔다. 측면 충돌로 문짝이 찌그러지고 에어백이 터진 현대차 아이오닉6, 정면충돌로 차량 골격이 드러난 EV6 등이 진열 돼있다. 해당 차량들은 제조사의 이의제기를 대비해 1년간 안전연구원에서 보관한다는 전언이다.

    이와 같은 제작결함조사는 ‘자기인증적합조사’로서, 제조사가 스스로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인증해서 판매한 후 안전연구원이 임의로 차량을 선정해 점검하는 방식이다. 안전연구원은 2003년 이후 매년 자기인증적합조사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미시행 자동차에 대한 서류 검토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 제작결함조사는 19개 차종에 대해 565항목을 시험평가 할 예정이다.

    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96건의 제작결함을 확인해 약 324만대의 리콜을 유도했다. 소비자 신고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수집한 자료로 진행한 안전결함조사도 함께 이뤄진 결과다. 특히 지난해 전기차 리콜은 67건으로, 전년 대비 50%가량 늘어나는 등 급증하는 추세다.

    사방이 녹음실과 같이 방음재 형상으로 둘러진 전자파적합성 시험 장소에서는 차량의 전자파 방사량을 측정하고, 외부 전자파에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는지 내성 시험도 함께 진행한다. 전기차의 경우 충전 시 전자파 안전성을 확인하는 한편, 인체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도 점검했다.

    전동화 차량 비중이 높아지면서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실험도 고도화하고 있다. 안전연구원은 배터리 안전성시험에 12가지 항목을 적용하고 있으며 열과 충격, 과충전과 과방전에 대한 시험항목은 물론 바닷물에 넣는 침수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침수시험 항목이 있어서 시중에 판매하는 전기차는 바닷물에 빠져도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이 중 4.9m 높이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뜨리는 낙하 실험이 최초로 공개됐다. 충격 시 잔해에 대비해 보안경을 착용하고, 굉음을 우려해 귀도 막았지만 400kg에 육박하는 배터리팩이 떨어졌을 때 소음은 엄청났다. 이는 도로에서 방지턱 등이 배터리 하부를 충격하는 상황을 재연한 안전시험으로, 1시간 동안 배터리의 화재 발생 유무를 관찰하게 된다.

    이어서 안전연구원이 자랑하는 자율주행실험도시 K-city의 ‘기상환경재현시설’을 둘러봤다. 통신 음영지역으로 구성한 터널형 시험시설 내부에 강우와 안개를 재현해 자율주행 레이다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이처럼 안전연구원에서는 차량 제작결함에 대한 조사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연구나 제조사의 시험주행을 돕는 역할도 수행한다.

    엄성복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은 “우리 연구원은 국민의 안전 확보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자동차제작결함조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자기인증적합조사와 자동차 결함에 대한 사고조사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도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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