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위한 요금제, 4월 자취 감춰업계, "비싼 임대료 때문에 KT 선택 못해"약정 없어 갈아타기 잘하면 '사실상 평생 공짜'비상 경영 돌입 후 '망 임대료 할인 경쟁' 최소화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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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가 컨트롤타워 부재로 경영 공백 위기에 놓인 가운데, 취약계층을 위한 '0원 요금제'가 사라졌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망 알뜰폰 사업자들이 기존에 제공했던 0원 요금제가 4월부터 판매 종료됐다. SK텔레콤·LG유플러스 망 알뜰폰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0원 요금제를 판매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0원 요금제란 몇 달간 공짜로 쓸 수 있는 초특가 요금제다. 수개월 동안 공짜인 대신 기본적인 통화·문자·데이터만 제공된다. 무료 기간이 끝나면 수천원대 월 요금이 청구된다. 약정이 없어 다른 0원 요금제로 갈아타면 사실상 평생 공짜다. 

    갑작스러운 0원 요금제 판매 중단을 두고 업계는 KT의 망 임대료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비상 경영에 돌입한 KT가 점점 과열되는 알뜰폰 시장에서 SK텔레콤·LG유플러스와의 망 임대료 할인 경쟁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이통3사로부터 망을 임대해 요금제를 고객에게 판매한다. 망 임대료가 낮을수록 알뜰폰 사업자의 판매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KT 역시 알뜰폰 사업자와 협상을 통해 망 임대료를 책정한다. 

    장창구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사무국장은 “KT가 경쟁사처럼 적극적으로 망 임대료를 내리면 자칫 차기 대표로부터 ‘방만 경영’ 지적을 받을 수 있다”며 “비판받을 여지가 있는 영업이나 경영 자체를 없애는 움직임 같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매년 알뜰폰 점유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당 사업을 축소하는 움직임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통3사는 고객 유치를 위해 알뜰폰 마케팅 경쟁이 한창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알뜰폰 사업자를 지원하는 알뜰폰 영업팀을 꾸렸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대학생 알뜰폰 서포터즈를 꾸려 MZ세대에게 알뜰폰의 장점을 홍보하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정부 기조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는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통3사의 독점을 막고, 가계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차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은 고객 유치가 주목적"이라면서도 "통신비가 부담스러운 어르신 및 취약계층도 이용해 일종의 사회안전망 역할도 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