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첫 여론수렴서 소비자측 "가계부담 가중" "영업 불가능" 호소전문가들 "올려야"… "한전채 과도발행으로 금융시장 불안마저 야기"
  • ▲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연합뉴스
    ▲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연합뉴스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놓고 소비자와 전문가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올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조정하겠다고 밝힌 정부와 여당도 난감하게 됐다.

    정부·여당은 지난달 31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올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인상을 주장했지만, 여당이 여론수렴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결국 결정이 보류됐다.

    산업부는 한국전력 적자와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커지고 있는데다, 한전의 원가회수율은 70%, 가스공사는 62.4%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요금 인상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지난 1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했다. 2분기에는 더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국민 부담을 고려해 kwh당 8~11원의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당은 "에너지 공기업의 자구노력이 우선"이라며 산업부가 제시한 안을 모두 거절했다. 일각에선 근로시간 개편과 저출산 대책, 한·일 정상회담 후 여론 악화까지 악재가 쏟아지면서 국민을 설득할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루라도 빨리 요금 조정안을 발표하려는 산업부는 지난 4일 처음으로 '전기·가스요금 관련 관계자 간담회'를 열어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첫 번째 여론수렴의 장은 소비자와 전문가 간 견해차만 확인하고 말았다. 소비자 측의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예상보다 커 갈등의 불씨만 더욱 커졌다는 의견도 없잖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에너지경제연구원 주관으로 4일 열린 간담회에서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년간 4번의 가격조정으로 가계부담이 가중된 상황인데다,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감사는 "전기·가스요금이 이미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상돼 추가적인 가격 인상 시 영업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요금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전채의 과도한 발행으로 인한 채권시장 불안과 그로 인한 파생 효과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한전은 적자보전을 위해 37조 원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이 중 국내 발행액이 35조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국내 회사채 발행액 77조 원의 절반 가까운 규모로, 레고랜드 사태까지 더해지며 채권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올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올 들어 한전채 발행액은 1월 3조9000억 원, 2월 3조2000억 원, 3월 5조 원 수준으로 총 12조5000억 원에 이른다. 전년동기 6조2800억 원의 2배에 가까운 규모로 늘었다.

    문제는 국내 채권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한전채와 은행채에 몰리면서 일반 기업의 자금경색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가스요금 동결의 여파가 금융시장 불안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한전채 발행 규모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되고 대외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경우 채권시장 변동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은 채권시장 부담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