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15.95%', 국민연금 '6.83%' 이어 3대 주주 등극펀드 규정상 '경영권' 참여 못해… '가치주 장기투자 목적'적극적 움직임 아직 없지만… 세 모녀 소송 '조기 수습' 절실
  • 영국의 한 투자회사가 지분 5%가 넘는 ㈜LG 3대 주주로 등장해 주목된다.

    13일 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영국 투자회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엘엘피(Silchester International Investors LLP)는 ㈜LG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지분율 15.95%)과 국민연금(6.83%)에 이은 3대 주주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실체스터는 이번 ㈜LG 지분도 앞서 2020년 이전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매입해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 단순 추가 매입으로 5%를 넘겨 보고의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어느정도인지에 대해선 공시하지 않았다. 지난 5일 4만7000주를 주당 8만4446원으로 추가 매수하면서 지분율 5%를 넘게 된 사실만 기술했다. 지난 5일에만 실체스터가 매입한 규모가 약 40억 원이다.

    이번에 실체스터가 ㈜LG 3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가뜩이나 최근 구 회장을 대상으로 모친인 김 여사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구연수 씨 등 여동생들이 상속 소송에 나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지펴진 가운데 실체스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실체스터는 이번에 ㈜LG 지분을 보유한 목적에 대해 '일반투자'라고 명시했다. 통상 일반투자는 임원의 선임이나 해임, 보수산정, 배당확대, 정관변경 등을 요구하거나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실체스터는 공시를 통해 "발행회사(㈜LG) 또는 그 계열회사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라며 경영참여에 대해선 선을 그었지만 동시에 주주로서 권리 행사 활동에는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어 "실체스터는 투자 매니저로서 고객으로부터 위임받은 임무를 이행하는 취지에서 의결권 행사나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며 "배당 증액을 요청하는 것을 포함하며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밝혔다.

    실체스터 측이 주장하는 이 같은 형식의 '일반투자'에 대해서 시장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오갔다. 실체스터가 LG 뿐만 아니라 국내에선 KT와 한국전력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인데, 그 중 KT와 관련해선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전환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투자로 보유 목적을 바꾸면서 실체스터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안을 하겠다는 입장을 공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일본에선 지방은행 몇 곳의 주주로 활동하면서 배당금을 늘리라는 제안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일본에선 실체스터의 제안을 행동주의 펀드의 대표적인 활동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실체스터가 어떤 수준으로 주주행동주의에 나설지는 알 수 없지만 구 회장이 가족들과 벌이는 상속 소송을 조기에 수습하지 않으면 실제로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70여년 간 지배구조나 경영권 문제로 한번도 도마 위에 오른 적 없던 LG가 이번 세 모녀 소송에 따라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나 경영권 분쟁을 통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벌처펀드(vulture fund)의 집중 타깃이 됐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면서 "가뜩이나 LG에서 유례없는 경영권 도발이 일어난 상황에서 실제로 경영권 분쟁까지 일이 커지는 상황까지 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시에서 밝혔듯이 규정상 경영권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면서 "실체스터의 경우 5년전부터 미래 가치를 보고 꾸준히 투자해 온 만큼 적어도 국내에서는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