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과잉진료 크게 줄어삼성·한화생명은 흑자 전환도수치료 과잉진료 여전
  • ▲ 실손보험 보험수익 추이.ⓒ금융감독원
    ▲ 실손보험 보험수익 추이.ⓒ금융감독원
    #.40대 초반의 이모씨는 또래보다 빨리 노안이 와서 동네의원에 찾아가 진료를 받게 됐다. 일상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지만 병원에서는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선 백내장 수술을 적극 권했다. 다초점렌즈를 삽입하는 수술로, 실손보험이 적용돼 개인부담이 없다는 설명도 잇따랐다. 하지만 수술후 보험 청구를 하자 보험사에서는 지급대상이 아니라며 거절해 수백만원을 날리게 됐다.

    백내장은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질환이다. 수정체가 혼탁해져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발병한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백내장은 환자 불편함을 고려해 진단과 시술이 이뤄지다 보니 일상에 큰 불편이 없다면 시술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백내장 수술이 급증했다. 이유는 '비급여'까지 보장하는 실손보험의 특성상 백내장 수술도 보험 지급이 이뤄져서다.

    급기야 다초점렌즈인 '조절성 인공수정체'는 실손보험 비급여항목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4월 경찰청·대한안과의사회와 함께 백내장 과잉진료 및 보험금 누수방지를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보험금 심사기준을 까다롭게 했다. 그 결과 실손보험 청구가 까다로워지자 고객들의 민원도 크게 늘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민원은 8만7113건으로 전년(8만4499건) 대비 3.1% 증가했다. 무엇보다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을 요청하는 민원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손해보험 관련 금융민원은 3만5157건으로, 1년전(3만2112건)보다 9.5% 늘어 금융권 전체 민원의 40%를 차지했다. 실손보험 보험금 산정·지급 민원이 4424건으로 전년 대비 87.9%나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이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보험료수익에서 발생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손해율은 지난해 104.8%로, 전년보다 12.4%포인트 떨어졌다.

    그 결과 실손보험 적자도 2조6900억원에서 1조59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개선됐다. 일부 보험사는 발생손해액과 실제사업비를 보험료수익으로 나눈 합산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지며 흑자로 전환한 곳도 생겨났다. 지난해 한화생명 82.6%, 삼성생명 92.2%로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강남의 큰 안과에서는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올라와 백내장 수술을 받기도 했다"면서 "보험 지급 허들이 높아져 손보사와 소비자 간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 실손보험금 비급여 상위 5개 항목 추이.ⓒ금융감독원
    ▲ 실손보험금 비급여 상위 5개 항목 추이.ⓒ금융감독원
    다만 여전히 백내장 수술과 함께 비급여 항목중 가장 많은 보험료 지급이 이뤄지고 있는 도수치료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성형의원에서 시술후 도수치료로 둔갑하는 등 이를 악용하는 일부 사례가 실손보험 누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2021년 실손보험 청구영수증 및 세부내역서 샘플통계 분석 결과, 실손보험금이 가장 많은 비급여항목은 도수치료(14.7%)이며 다음으로 조절성 인공수정체(11.7%), 체외충격파치료(5.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도수치료가 최근 4년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8년 6389억원이었던 도수치료 관련 실손보험금은 2019년 7939억원으로 늘었고 2020년 1조51억원으로 1조원을 넘겼다. 2021년에는 1조1319억원이 지급돼 연평균 21% 가량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도수치료는 물리치료사가 손으로 환자의 관절과 근육 등을 만져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 방법이다. 다만 이 치료는 회당 진료비가 의원마다 천차만별인데다 치료 횟수를 패키지화해 수십만원대 상품으로 만든 의원들도 많다.

    비용이 고액이라도 어차피 실손보험에서 보장되기 때문에 환자 이용률이 높다. 일부 의원은 넘쳐나는 도수치료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운동관리사나 트레이너 등 무면허 도수치료사를 고용해 불법 치료를 행하는 실정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도수치료 등 과잉진료 우려가 있는 주요 비급여 진료항목에 대해 보상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도수치료 보상기준 개선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여전해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과거 정부가 도수치료 실손보험 지급 거절 결정을 내렸다가 의료계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면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도 정부나 국회의원들이 아무리 나서도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