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9부능선 넘어시행까지 1~2년… 사전 준비 착수 데이터 관리 중계기관 등 난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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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년간 보험업계의 염원이었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이 국회 법세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하면서 9부 능선을 넘었다. 마지막 본회의 절차만을 남기고 여야 간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의료계가 위헌소송을 하겠다며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되지만 소비자 편익 면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실손보험에 가입한 4000만명에 달하는 데이터 관리는 숙제로 남아 있다. 보험권에서는 기존 중계기관으로 활용하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전문성은 물론 전국 병·의원과 전산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는 평가지만 의료계는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심사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에 보험개발원 등을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어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지난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지난 25일 본회의에서 통과가 예상됐지만 정기국회 일정 파행으로 본회의 자체가 미뤄졌다.

    실손보험은 의료비 가운데 국민건강보험이 부담하는 급여 항목을 제외한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으로 사보험이지만 공보험인 건강보험이 책임지지 못하는 영역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가입자만 4000만명에 육박하지만 그동안 보험금 신청서, 진료비 영수증, 진단서 등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 우편 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출해야 해 절차가 번거로워 가입자들의 불만이 쌓여왔다.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이 시행되면 가입자들이 각종 종이 서류를 떼기 위해 직접 병원을 방문할 필요 없이 병원에 요청만 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이 청구된다.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번거로운 청구 절차로 인해 소액 청구 건을 포기하는 등 실손보험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생법안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법안은 2009년 국민권익위가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를 개선하라고 권고한지 14년이 지나서야 법사위를 통과해 법안 통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공포될 경우 병원급은 공포일로부터 1년, 30병상 미만의 의원급 의료기관은 공포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법안 통과 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 ▲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협회 관계자들이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촉구 공동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협회 관계자들이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촉구 공동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게다가 그동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의료계의 반발에 번번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료계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개인 의료정보 유출이다. 이들은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해 얻은 의료정보로 보험금 지급 거절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해 의료기관이 중계기관인 심평원과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에 비급여 진료내역을 공유한다면 합리적이고 안정적으로 국민의료비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평원은 이미 전국 9만8479개 병·의원은 물론 약국 데이터, 전산 인프라까지 보유하고 있어 중계기관으로 지정 시 전문적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또한 전산망 등 별도 시스템 개발 비용이 들지 않아 빠른 시일 내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이 이어지자 정치권은 중계기관으로 보험개발원 등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심평원이 중계기관으로 선정되면 실손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심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올 초 정치권이 심평원을 대체할 중계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을 언급하자 대한한의사협회가 해당 법안 통과를 환영하는 쪽으로 선회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계는 비급여 진료명세가 심평원에 넘어갈 경우 비급여 정보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부담"이라면서 "보험개발원이 4000만명에 육박하는 방대한 실손 가입자 데이터를 무리없이 운영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