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규 포스코기술투자 대표 인터뷰올 상반기까지 CVC 전환 마무리 목표그룹의 다양한 벤처 인프라, 차별화 요인
  •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보유가 법적으로 허용된 지 1년 만에 CVC의 평균 자산 운용 규모가 4000억원을 넘어섰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구조를 개편하거나 신사업을 찾는 기업들이 늘면서 CVC가 활성화되는 추세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의 벤처 대출 전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며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CVC 업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의 지향점과 성과, 향후 보완해야 할 부분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 임승규 포스코기술투자 대표가 포즈를 취했다. ⓒ뉴데일리DB
    ▲ 임승규 포스코기술투자 대표가 포즈를 취했다. ⓒ뉴데일리DB
    “포스코그룹이 지난해 3월 ‘제2의 도약’을 위해 지주사 체제로 개편했습니다. 이에 따라 포스코기술투자도 그룹의 미래 전략과 맞물려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CVC 체제로 전환을 마무리하는 가운데 미래 신성장 분야의 투자를 늘려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임승규 포스코기술투자 대표는 지난 17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포스코기술투자는 지난 1997년 6월 설립됐다. 

    자본금은 1037억원, 운용자산규모는 2조2000억원, 누적 여신액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설립 이후 현재까지 펀드수익률은 13.4%로 업계 평균인 7% 수준과 거의 두 배 차이가 날 정도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임 대표는 “1997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25년간 기술혁신기업 및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투자를 하면서 업계 상위의 VC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작년 그룹이 지주사 개편을 단행하면서 포스코기술투자도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3월 2일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출범시켰다. 최정우 회장은 “철강에 편중된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철강을 비롯해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7대 사업분야를 그룹의 미래 산성장 분야로 제시한 바 있다. 
  • ▲ 임승규 대표는 그룹 전략과 발맞춰 미래분야 투자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뉴데일리DB
    ▲ 임승규 대표는 그룹 전략과 발맞춰 미래분야 투자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뉴데일리DB
    임 대표는 “철강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그룹 전략과 포스코기술투자의 역할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면서 “그룹 신사업 발굴과 연계한 미래 사업분야에 대한 전략투자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기술투자는 작년부터 CVC로 전환 작업에 나섰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진행해왔던 여신 사업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정리하고 그룹 내부 자금으로 펀드의 60% 이상을 출자받는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그룹과의 미래 전략 연계에 따라 수소, 이차전지소재 부문에 투자를 강화한다. 포스코기술투자는 최근 5년간 1500억원 내외의 투자를 진행해왔다. 이미 수소 분야에서는 하이리움산업,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QPM 등에 이미 투자를 단행했다. 

    하이리움산업은 국내 최초로 액화수소 제조 및 저장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와 액화탱크 소재 공동개발 및 수소 저장, 운송 부문에서의 협업이 기대되고 있다.

    QPM은 이차전지용 니켈 제련 공법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지난 2021년 7월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향후 니켈 10만톤의 Off-take(영구구매권한) 물량을 확보했다. 
  • ▲ 2021년 1월부터 포스코기술투자를 이끌어오고 있는 임 대표. ⓒ뉴데일리DB
    ▲ 2021년 1월부터 포스코기술투자를 이끌어오고 있는 임 대표. ⓒ뉴데일리DB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스타트업, 벤처 분야에는 유동성 공급이 넘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침체,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 

    임 대표는 “최근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스타트업과 VC 업계 간 기업 밸류에 대한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면서 “또한 경쟁력 있는 1등 업체 위주로 투자자금이 쏠리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투자 분위기가 변하면서 벤처 기업들이 전략적 관점에서 대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CVC에 투자를 받는 걸 선호하는 트렌드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같은 추세는 포스코기술투자에 유리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기술투자는 지난해 12월 제7회 신기술금융 우수투자 시상식에서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상했다. 임 대표는 포스코그룹 내 벤처 인프라 등을 다른 CVC와의 차별화된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그룹에는 ▲미래기술연구원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스텍 ▲포항벤처밸리 등 다양한 벤처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 우수한 딜 소싱을 하기 유리하다”면서 “또한 그룹의 신성장 사업 확대 전략에 따른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 ▲ 임승규 포스코기술투자 대표가 미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DB
    ▲ 임승규 포스코기술투자 대표가 미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DB
    임 대표는 지난 1988년 입사한 후 경영분석그룹장, 재무기획그룹장, 재무투자본부 재무위원, 가치경영센터 해외사업관리실장, 전략기획본부 재무실장 등을 거쳤다. 

    2020년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포스코기술투자 사장으로 선임돼 2021년 1월 취임했다. 

    조직을 이끌어온 지 2년이 지난 소감에 대해 그는 “철강 분야는 장치 산업으로 규모가 크지만 벤처투자 분야는 상대적으로 작다는 차이점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걱정도 했지만 투자 심의, 투자 이후 사업운영, 구조조정 등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경험이 현재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철강 업계에서도 CVC가 확산되는 추세다. 세아홀딩스는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세아기술투자를 자회사로 설립했다. 동국제강도 내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체제 전환 안건이 통과되면 동국홀딩스에 CVC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임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기를 맞이하면서 철강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진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며, 이를 반영해 미래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 대표는 “그룹 미래기술 선점을 위한 전략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이라면서 “외부적으로도 산업통상자원부, 국책은행 등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을 모색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