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세계 설탕가격지수 급증… 11년 반 만에 최고치빵 11.3%↑·과자 11.1%↑… 먹거리 물가 고공행진전기료 인상도 임박… 1%대 저성장에 스태그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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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떨어지면서 물가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불안요인이 상존하는 실정이다. 먹을거리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설탕의 경우 가격이 11년 반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다.이에 더해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2분기 전기요금 인상 등 공공요금마저 불안한 형국이어서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보면 지난달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49.4로 201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가격을 기준치(100)로 삼아 증감을 비교한다.설탕 가격지수는 올해 1월 116.8, 2월 125.2, 3월 127, 4월 149.4 등으로 상승세다. 설탕 가격은 올 들어 27.9%나 올랐다.설탕 가격이 오르는 주요 원인은 생산량 감소다. 인도, 중국 등 산지에서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국제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사탕수수 생산지인 브라질의 통화(헤알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설탕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설탕은 쌀이나 밀과 달리 주식은 아니나 빵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 등 가공식품 전반에 사용되는 원료로 먹을거리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먹을거리 물가는 원재룟값이 상승하면서 인상 압력이 높아진 상태다.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전달(4.2%)보다 0.5%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가공식품은 7.9%나 상승했다. 빵은 11.3%, 스낵과자는 11.1% 올라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이에 정부는 올 초부터 식품·외식업계와 간담회를 하고 가격 인상 자제를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월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등 12개 식품회사 대표와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3월 식품업계를 향해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달라"고 주문했다.그러나 일각에선 언제까지 식품업계가 원재료 가격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장은 정부 눈치를 보고 있지만, 원가 부담이 해결되지 않는 한 가격 인상을 틀어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 가격을 억눌렀다가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가격이 오르면 제2의 전기·가스 요금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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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공공요금도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발표가 임박한 전기요금 인상도 물가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킬로와트시(㎾h)당 19.3원 올랐으며 올해 1분기(1~3월)에도 ㎾h당 13.1원이 인상돼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4월 전기·가스·수도 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23.7% 급증했다. 지난해 10월(23.1%) 이후 7개월 연속 20% 이상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정부, 여당이 국민 부담을 고려해 에너지요금을 큰 폭으로 올리지 않는다 해도 조만간 전기·가스·수도 물가 상승률이 30%를 돌파할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 불안감도 여전하다.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경기부양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4%였던 기존 전망치를 1.1%까지 낮춰잡았다. 물가 당국인 한국은행도 기존 전망치인 1.6%를 하향조정하겠다고 예고했다.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곤두박질치면서 일각에선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정책방향을 물가에서 경기부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는 일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에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겨냥해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추경 편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개연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ADB 총회에 참석한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일단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화 정책을 섣부르게 완화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 부총리도 "아직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히 정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정책 기조를 물가에서 다른 쪽으로 전환한다면 오히려 물가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