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24주년 브랜딩 캠페인 대행한 스튜디오좋 남우리 CD 인터뷰"예스24의 경쟁자는 넷플릭스 등 OTT, 오직 책만이 줄 수 있는 가치 전달""브랜드의 진심과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가 스튜디오좋 스타일"
  • 똑같은 문장일지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곤 한다. 영상이 절대 줄 수 없는 책의 본질적 가치를 담아낸 예스24(Yes24)의 브랜딩 캠페인이 사람들을 스마트폰과 TV 대신 책 앞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브랜드브리프는 예스24의 24주년 브랜딩 광고를 대행한 스튜디오좋의 남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이하 CD)를 만나 이번 캠페인에 담긴 크리에이티브와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 남우리 스튜디오좋 CD. ⓒ정상윤 기자
    ▲ 남우리 스튜디오좋 CD. ⓒ정상윤 기자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남우리 CD는 "책보다 더 재밌고 쉽게 볼 수 있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쏟아지면서 개인적으로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엄마로서도 요즘에는 유익한 동영상도 많은데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아이에게 굳이 꼭 책을 읽혀야만 하는걸까 하는 고민이 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중 예스24 캠페인을 맡게 되면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대신 책을 꼭 봐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했다.

    남 CD는 "먼저, 예스24의 경쟁 상대는 다른 도서 업체가 아니라 넷플릭스와 같은 OTT라고 판단했다"며 "영상이 절대 줄 수 없는 가치, 오직 책에만 있는 가치에 대한 본질적 이야기를 책 속에서 찾아보자는게 이번 캠페인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 문장으로도 수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문장 찾기에 나섰다. 그렇게 발견한 문장 -아이는 모두 어른이 된다. 한 아이만 빼고.(피터팬)-은 이번 광고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훌륭한 소재로 활용됐다.

    아버지의 눈엔 아직도 어린 아이처럼 보이는 딸의 결혼식(드라마), 매년 졸업앨범 속에 반복해 등장하는 의문의 아이(공포), 60년 만에 냉동 수면에서 깨어나 노인이 된 동생과 만나게 된 아이(SF)까지. 스튜디오좋은 소설 '피터팬' 속 하나의 문장에서 비롯된 완전히 다른 3개의 우주를 광고에 담아냈다.
  • 남우리 스튜디오좋 CD. ⓒ정상윤 기자
    ▲ 남우리 스튜디오좋 CD. ⓒ정상윤 기자
    남우리 CD는 "이번 캠페인은 예스24에게 큰 의미가 담긴 24주년 캠페인이었던 만큼, 브랜드가 지닌 본연의 가치와 진심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예스24가 갑자기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웃긴 광고를 한다고 해서 젊은 세대가 책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책을 읽고싶게끔 만드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광고가 온에어 된 직후, 소비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예스24의 전자책 단말기인 '크레마' 판매량이 급상승했고,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내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게 뿌듯하다", "오늘부터 책을 읽어야겠다", "광고를 보고 책을 읽는 사람이고 싶어서 책을 구매했다"와 같은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남 CD는 "광고 첫 날부터 크레마 매출이 놀라운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응집된 피드백이 올라왔다. 자극적인 소재가 아닌, 브랜드의 본질적인 이야기로도 매출을 끌어당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같아 의미가 컸다"고 강조했다.
  • 남우리 스튜디오좋 CD. ⓒ정상윤 기자
    ▲ 남우리 스튜디오좋 CD. ⓒ정상윤 기자
    스튜디오좋은 그간 빙그레 '빙그레우스', 삼양라면 '평범하게 위대하게', 현대모비스 '데드 오어 얼라이브(Dead or Arrive), 대상 '미원의 서사', 롯데주류 '새로' 등 유머 코드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하고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포함한 커머셜 IP(지적재산권)를 내세운 캠페인으로 연이은 대박 행진을 이어왔다.

    그런 가운데 이번 예스24 캠페인은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색깔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보여주며 스튜디오좋의 스펙트럼을 한 단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남 CD는 "우리는 브랜드 자체의 진심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간 대두되지 않았던 브랜드 자산을 사람들에게 쉽게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치환하는 것이 스튜디오좋의 스타일"이라며 "이번 예스24 캠페인을 통해 유머나 캐릭터를 넘어선 포괄적인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믿음을 더 많은 광고주에게 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남우리 스튜디오좋 CD. ⓒ정상윤 기자
    ▲ 남우리 스튜디오좋 CD. ⓒ정상윤 기자
    지난 2016년 설립된 스튜디오좋은 올해로 8년차에 접어들었다. 20대 때 제일기획을 나와 창업 전선에 뛰어든 공동대표 남우리 CD와 송재원 감독은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들었고, 소규모 독립 광고대행사였던 스튜디오좋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독자적 시스템을 갖춘 중견 대행사로 자리잡았다.

    남우리 CD는 "스튜디오좋은 기획부터 제작(프로덕션)까지 광고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 CD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오더(order) 내리는 기존 광고대행사 방식에서 벗어나 기획, 연출, 디자인, 편집 등 각 독립 부서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일한다"며 "이러한 업무 방식은 각 담당자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자연스럽게 대행사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행사는 광고주가 시키는 것만 하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광고주 비즈니스의 흥망성쇠에 대한 책임을 가진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며 "그간 브랜드 캠페인의 방향성에 대한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해주고, 크리에이티브 부분에 있어서는 대행사의 전문성을 존중해주는 광고주들과의 프로젝트가 모두 성공적이었다. 결국, 대행사와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좋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남 CD는 "스튜디오좋이 잘 된 이유는 어릴 때 도전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 광고대행사에서는 경력이 오래 쌓여야만 CD나 팀장을 할 수 있지만, 크리에이티브는 나이나 경력과 비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스튜디오좋은 프로젝트별로 누구나 CD가 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 당연시 돼 왔던 것들을 뒤집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남우리 스튜디오좋 CD. ⓒ정상윤 기자
    ▲ 남우리 스튜디오좋 CD.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