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창구" 자임하지만협력·지원 등 의례적 수사에 그쳐동행 금융사들 의전 ·격식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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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3개국을 다녀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중앙아시아 출장길에 오른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선 금융사들을 지원하는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걸음이 바빠 보인다.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과 키르키스스탄을 방문한다. 양국 은행연합회가 주최하는 금융협력 확대검토를 위한 공동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세미나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BNK경남 등 은행 부행장들이 참석하는데 김 부위원장은 기조연설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8일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서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증권·보험사가 마련한 투자설명회(IR)에 참석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애로를 현지 금융당국에 전하는 소통 창구로 나서겠다는 취지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등 주요 금융회사 CEO들이 함께 했다.금융당국 수장들이 민간 금융회사와 해외 출장에 나서는 건 흔한 광경은 아니다. 특히 감독업무를 맡은 금감원장이 해외 IR행사에 직접 나서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세일즈 외교에 나선 것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K-금융을 세계에 알리는데 당국도 팔을 걷고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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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일러 보인다. 이 원장은 현지 행사에서 "국내 금융업 규제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계획을 갖고 있다"며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마련했다면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정부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어달라"고 했다. 관치 이미지가 강한 국내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말이었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했던 발언과 유사한 의례적 수사에 그쳤다.국내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다는 점도 해외 출장 명분을 퇴색케 한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이 원장의 동남아 출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지금 SG증권발 주가조작 문제 때문에 전국이 혼란스러운데 금감원장이 6개 금융회사와 함께 해외 IR에 나간다는게 맞는 일인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금감원은 금융지주사들을 감독하는 기관인데 피감독기관장들과 장시간 해외를 나간다는 것은 많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함께한 금융회사 표정도 썩 밝지만은 않다.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등 실질적인 진출 발판 마련을 위해서는 민간금융회사간 밀도있는 의견교환이 필요한데 당국과 함께한 자리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장과 금융위부위원장 등 차관급 인사와 같이하는 행사를 마련하는데 드는 의전과 격식도 부담스럽다.A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 해외진출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지만, 국내 영업에 비해 리스크가 큰 시장이란 점에서 면밀하게 접근해야 할 사업"이라며 "국가간 협력 무드도 좋지만 사업주체인 금융회사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모양새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