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영업사원 현금 쥐어주며 “경쟁사 주문 받지마”식당에 TV 설치해주거나 사입 업소에 단체 회식 진행키도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달아오르는 맥주 신제품 경쟁
  • ▲ 저녁 식당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뉴데일리DB
    ▲ 저녁 식당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뉴데일리DB
    "영업하는 분이 경쟁사 신제품 맥주 주문을 받지 말라며 10만원을 주고 갔어요."

    최근 찾은 서울시 종로구 한 식당 종업원이 툭 던진 말이다. 이 한마디는 맥주 시장을 둘러싼 경쟁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유흥시장이다. 최근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켈리’가 출시되면서 기존 시장을 사수하려는 오비맥주와 경쟁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 이 과정에서 돈봉투를 지원하거나 TV를 교체해주는 등 탈법, 편법 영업도 일제히 부활하는 중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흥시장에서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그 주역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신제품 ‘켈리’를 출시한 이후 유흥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공격적 영업이 진행되고 있고 오비맥주는 자사 제품 ‘카스’의 수성을 위해 이를 방어하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구매하는 소매시장과 달리 유흥시장은 사입부터 종업원의 선호까지 영업력이 곧 매출이 되는 곳이다. 냉장고 어떤 위치에 어느 제품을 채워 넣느냐 부터 “맥주 한 병 주세요”라는 주문에 종업원이 어떤 제품을 들고 오느냐까지 고스란히 영업의 수완으로 평가된다.

    5월에 한여름 날씨가 찾아오면서 이번 신제품을 둘러싼 공방은 예상 이상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모두 현금성 지원이나 탈법적 영업을 자체적으로 금지시키고 있지만 고조되는 경쟁으로 인해 지켜지지 않은 케이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2조 6항에는 주류제조업자가 주류공급과 관련해 장려금 또는 수수료등의 명목으로 금품 및 주류제공하는 등 주류거래질서를 문란시키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른 분위기다. 서울 교대의 한 식당에는 최근 TV가 설치됐다. 이 TV에서는 영업시간 내내 특정 ‘카스’와 한맥‘ 맥주의 광고만 틀어준다. 이 TV는 맥주회사에서 직접 설치해준 것이다. 광고를 위한 지원이라는 명목이지만 식당 입장에서는 고스란히 소득이 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맥주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사 제품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현금성 광고비를 지원 해주거나 현물, 심지어 영업팀의 부서 회식을 해당 유흥업소에서 진행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도 ‘켈리’의 전직원에게 주 1회 회식을 권장하고 있다. ‘켈리’를 마시는 모습을 다른 소비자들에게 노출시키자는 취지지만 자연히 ‘켈리’를 사입한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면서 사실상 영업 전략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무더위가 본격화될수록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켈리’를 통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올리는 1위 사업자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고 오비맥주도 자사의 제품 ‘한맥’을 리뉴얼하면서 이에 맞불을 놓는 상황. 

    사실상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소매시장을 제외하면 양사가 영업력이 매출로 직결되는 유흥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5월부터 무더위가 찾아오며 맥주 성수기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양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