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궁 감소·개별 여행객 확대 … 변화 직면롯데면세점 고강도 사업부 구조 개선 중볼륨 중심의 성장에서 수익성 중심의 경영활동으로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면세업계가 영업적자에 허덕이는 가운데 롯데면세점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지난해 비상경영에 이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1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거래 규모가 큰 주요 중국인 보따리상들에게 이달부터 면세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번 롯데면세점의 결정은 경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송객수수료 부담이 높은 다이궁 의존도를 줄이고 단체 관광객·개별 여행객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내실 있는 외형 성장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인 보따리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헐값에 대량 구매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유통한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국 정부가 경제보복의 하나로 자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입국을 금지한 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입출국 관광객이 사실상 끊기다시피 하면서 이들의 입지는 더 커졌다.

    면세점들은 매출 방어를 위해 지난해 3분기 다이궁에게 주던 송객수수료를 올리는 등 마케팅에 총력을 다했지만 매출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수익성은 되레 악화됐다.

    롯데·신세계·신라·현대 등 면세점 4사 모두 3분기 영업손실(적자)을 냈다. 대형 면세점 4사 모두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롯데면세점은 해외 사업 매출 증가로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7994억원을 기록했음에도 경기침체·소비둔화와 함께 유커(중국 단체관광객) 회복 지연 등 요인으로 460억원의 영업손실(적자)을 기록했다.

    중국 내수 침체로 큰 손이었던 다이궁의 감소와 함께 쇼핑 위주에서 관광 위주로 바뀐 여행 패턴, 단체보단 개별 여행객이 늘어나는 등의 변화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6월 긴축경영을 공식 선언하면서 고강도 사업부 구조개선, 조직 슬림화, 구조조정 등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8월엔 희망퇴직을 단행해 150명이 넘는 인원을 감축했다. 다이공 매출 비중을 줄이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폐지했던 마케팅 부문을 복원하고 마케팅전략팀과 자유 여행객(FIT) 마케팅팀, 여행사 마케팅팀 등을 둬 역할을 세분화했다. 정확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상품 운영을 효율화하고자 운영혁신부분도 만들었다.

    롯데면세점은 점포 효율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롯데면세점 부산점은 기존 롯데백화점 부산점 7층과 8층에서 운영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7층을 정리하고 8층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해외 면세점 가운데 경영 상태가 부실한 점포의 철수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일본, 베트남, 호주 등 해외에서 시내면세점 3곳과 공항면세점 10곳을 운영 중이다.

    김동하 대표는 신년사에서 "과거 면세점이 볼륨 중심의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활동을 추진할 시점"이라며 "거시적 관점에서 사업성을 재검토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