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맞아 달라진 판도… 엔비디아 시총 1조弗 '터치'GPU 기반 AI 플랫폼 기업 변신 적중… "성장은 이제 시작"PC시대 누린 인텔, 삼성에도 왕좌 뺏겨… 파운드리까지 외면받으며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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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비디아한국뉴스룸
    인공지능(AI)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반도체업계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80년대부터 반도체 왕좌를 꿰 찬 인텔은 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생성형 AI인 챗GPT 공개로 본격화된 AI 생태계를 일찌감치 구축한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업 중엔 최초로 시총 1조 달러를 기록하며 새 역사를 썼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오픈AI사의 세계 최초 생성형 AI인 챗GPT가 공개된 이후 AI 열풍이 불면서 반도체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난 1980년대부터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던 인텔의 시대가 가고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AI 플랫폼 분야로 확장에 성공한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업 중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20조 원)를 돌파했다. 주력제품은 고성능 GPU였지만 이 GPU를 바탕으로 AI용 데이터센터나 AI 개발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프로그램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 최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이유가 됐다.

    AI 시대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지난해 말 오픈AI가 생성형 AI인 챗GPT를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AI 시대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IT분야는 물론이고 금융투자시장도 AI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투자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엔비디아가 이번에 시총 1조 달러를 넘기면서 순식간에 반도체 제왕으로 떠올랐다. 기존 뉴욕 증시에서 시총 1조 달러를 넘은 기업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아마존 등 네 곳이 전부였는데 이 네 곳 모두 IT기업이긴 하지만 반도체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현재는 엔비디아가 AI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반도체 기업이라는 구분이 모호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AI 플랫폼 사업 자체도 그 기반이 GPU라는 반도체에서 온 것이고 AI도 자사 GPU를 기반으로만 돌아가는 구조임을 고려하면 반도체 톱(top)으로 올라섰다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엔비디아 주가가 치솟은데는 반도체업계 전반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보여준 영향이 컸다. 엔비디아는 올 1분기 71억 9000만 달러(약 9조 5400억 원)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월가 전망치인 65억 2000만 달러(약 8조 6500억 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올 2분기에도 엔비디아는 매출액 110억 달러(약 14조 6000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을 정도로 전망이 밝다.

    미국 뉴욕 월가에선 엔비디아 주가가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에도 무게를 둔다. 최고 시총 전망으로 1조 6000억 달러까지 내다볼 정도다. 아직은 엔비디아의 AI GPU 채택이 초기 단계이고 앞으로 확장성을 고려하면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 ▲ 인텔 파운드리 생산라인 ⓒ인텔
    ▲ 인텔 파운드리 생산라인 ⓒ인텔
    엔비디아가 AI GPU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동안 같은 미국 기업이자 지난 수십년간 반도체 시장 왕좌를 지켜왔던 인텔의 최근 위기는 뼈 아픈 수준이다. 인텔은 엔비디아에 앞서 지난해 삼성전자에 반도체 왕좌를 내준 바 있는데다 향후 반도체 시장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파운드리(위탁제조) 분야에 재진입했다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스저널(WSJ)은 이런 인텔의 위기를 조명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강력했던 인텔이 진흙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어 파운드리 시장에서 잇따라 이탈하고 있는 인텔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함과 동시에 위탁을 맡겼던 테슬라와 퀄컴이 인텔의 제조 능력에 한계를 느껴 이탈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오는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꺾고 2위에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긴 업력에 고객군까지 든든한 독보적 시장 1위 TSMC는 일단 넘어서기 힘든 상대로 본 반면 뒤늦게 파운드리업에 뛰어든 삼성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이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WSJ는 분석했다.

    반도체 기업 매출 순위로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던 인텔은 최근 몇 년 실적 악화를 거치면서 삼성에 왕좌를 내주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반도체 기업 매출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며 매출이 꺾이기 시작했는데 삼성전자와 인텔 모두 매출이 줄었지만 인텔의 타격이 훨씬 더 컸던 탓이다.

    지난해 인텔의 반도체 사업 매출은 583억 7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5% 감소했는데, 특히 인텔 반도체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PC시장이 침체된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삼성은 매출이 10.4% 줄긴 했지만 655억 8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인텔과 큰 격차를 나타냈다.

    기존 사업의 추락에 새롭게 추진하는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면서 인텔이 기댈 곳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밖에 남지 않았다는 평가다. 미국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자국 내 생산시설과 기업 유치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만큼 미국 기업인 인텔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