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유족, 상속세로 NXC 주식 29.3% 물납기재부 "지분가치 4.7조 평가, 매각 추진"비상장주식 처분 어려워… 다스 물납 주식도 42회나 유찰전문가 "물납제도 폐지는 힘들어… 상속세 부담 낮춰야"
  • ▲ 넥슨 ⓒ연합뉴스
    ▲ 넥슨 ⓒ연합뉴스
    정부가 게임업체 넥슨의 고(故) 김정주 창업자 유족이 상속세로 물납한 그룹 지주회사(NXC)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지만, 매각이 원활히 이뤄져 국고를 오롯이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납 후 매각에 어려움을 겪었던 '다스'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넥슨 그룹의 지주회사인 NXC는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가 전체 지분율의 29.3%에 해당하는 85만2190주를 보유해 2대 주주가 됐다고 공시했다. 김 창업자의 유족인 배우자 유정현 NXC 이사와 두 자녀는 6조 원쯤의 상속세 부담을 지게 되자 NXC 지분의 일부를 기재부에 물납한 것이다.

    물납은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을 때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의 자산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단시간에 자산 처분이 곤란한 때에 이 제도를 활용한다. 다만, 부동산 등의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이 있다면 비상장주식으로의 물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번 물납으로 유 이사와 두 자녀의 합계지분율은 98.64%에서 69.34%로 줄었다. 다만 여전히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이들이 납부한 지분의 가치를 4조7000억 원쯤으로 평가했으며 매각 절차를 밟아 현금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유족들이 물납한 NXC 지분이 비상장주식이라는 점이다. 상장주식은 상속개시일(피상속인 사망일) 전 2개월과 이후 2개월 동안 공표된 최종시세가액의 평균을 가액으로 산정한다.

    하지만 비상장주식은 일반인이 거래를 하지 않아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경우 국세청은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이내에 불특정다수가 거래한 금액이 확인되는 경우 이를 시가로 판단하지만, 이런 판단이 곤란한 경우에는 순자산가치를 가중해 평가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많다.

    더구나 비상장주식 거래가격은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일반인은 비상장주식 거래 자체가 쉽지 않은 가운데 만약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간 비상장주식 1주를 100만 원에 거래한 기록이 전부라면 그것이 곧 주식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이에 비상장주식 물납은 많은 구설을 낳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돼 시끄러웠던 다스(DAS)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다스는 최대주주인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가 2010년 사망하면서 배우자인 권영미씨가 상속세 416억 원을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했다.
  • ▲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다스 ⓒ연합뉴스
    ▲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다스 ⓒ연합뉴스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권씨가 소유하고 있는 123만 평의 임야에 190만 원의 근저당을 잡은 사실이 알려지며 상속세 회피 꼼수 논란이 불거졌다. 이 근저당 때문에 국세청은 다스 비상장주식의 물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물납 이후 기재부는 다스 주식 처분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1년 국감에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속세로 납부한 다스의 비상장주식 5만8800주는 매각이 42회 유찰돼서 매각이 보류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지난해 국감에서 밝힌 '물납으로 취득한 국유재산 처분현황'을 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상속·증여세를 현금이 아닌 부동산·유가증권 등으로 물납한 금액은 총 2조2699억 원이다. 이 중 60%에 해당하는 1조3782억 원은 처분하지 못했으며, 나머지 8917억 원은 처분과정에서 498억 원(5.6%)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의 경우 1조6496억 원을 정부가 물납으로 받았고, 이 중 9071억 원(54%)을 처분하지 못했다. 9071억 원은 모두 비상장주식이다.

    이런 전례에 비춰보면 NXC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물납제 폐지도 거론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납세자가 납부 여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물납 제도를 활용하는 만큼, 이를 완전히 폐지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납세자들이 단기간 내에 부동산이나 보유한 지분을 처분하기가 쉽지 않는 경우, 세금 납부가 아주 힘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물납을 허용하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폐지하기는 어렵다"면서 "우리나라는 상속세 부담이 높다. 높은 세율과 과표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경제규모 확대로 자산가액은 높아졌지만, 과표는 오랫동안 묶여있었다"고 지적했다.

    오문성 한국납세자연합회장(한양여대 교수)는 "납세자가 재산을 처분해 세금을 내기 힘들 때 물납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상속세율이 높기 때문에 납세자들이 물납을 한다는 것이 아주 관련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적으로 연관시키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상속세율이 높은 것은 맞다. 넥슨 지주회사(NXC)의 2대 주주가 기재부라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현재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1억 원 이하가 세율 10%, 1억~5억 원 이하는 20%, 5억~10억 원 이하 30%, 10억~30억 원 이하 40%, 30억 원 초과 50%다. 최대주주일 경우 최대주주 할증과세가 적용돼 최고세율이 60%까지 치솟는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세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