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하락에 주담대 변동금리 3%대…고정금리는 소폭 오름세5대 은행 가계대출도 1년 5개월 만에 다시 증가한은 "가계부채 많고, 집값 여전히 고평가…디레버리징 지속 필요"
  • 서울의 한 은행 창구. 230112 ⓒ연합뉴스
    ▲ 서울의 한 은행 창구. 230112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 하단이 약 1년 3개월 만에 처음 모두 3%대로 내려왔다.

    이처럼 낮아진 금리에 부동산 거래까지 회복되면서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반대로 1년 5개월 만에 처음 전월대비 증가했다. 약 2년간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에 따른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축소) 흐름이 사실상 멈춘 셈이다.

    다만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너무 이른 '디레버리징 약화'가 금융·경제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3.910~6.987% 수준이다. 약 20일 전(5월12일, 연 4.090~6.821%)과 비교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180%p 더 떨어졌다.

    같은 기간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가 0.120%p(3.560→3.440%) 낮아진 데다 '상생 금융' 차원에서 각 은행이 가산금리를 줄이고 우대금리는 늘렸기 때문이다.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 2년 만기) 금리(3.800~6.669%)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 연 3.920~6.044%)의 하단도 모두 3%대에 머물고 있다.

    수개월 전부터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 등으로 시장(채권) 금리가 낮아지자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먼저 3%대로 내려왔고, 시장 금리와 예금 금리 하락이 뒤늦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에 반영되면서 변동금리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최근 3%대에 진입했다.

    A 은행의 내부 금리 추이를 보면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고정(혼합형)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금리 하단이 모두 3%대이다. 이런 현상은 2022년 2월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의 경우 최근 시장 금리가 다소 오르면서 20일 전보다는 최저 수준이 0.240%p 높아진 상태다.

    이처럼 대출 금리가 3%대에서 안정되자 그동안 높은 금리 탓에 계속 뒷걸음치던 가계대출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4월 677조4691억원보다 1431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늘어난 것은 2021년 12월(+3649억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세부적으로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509조원)이 6935억원 불었다. 2023년 2월부터 4월까지 줄다가 4개월 만의 반등이다. 이는 부동산 경기 회복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한은에 따르면 앞서 4월 말 기준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잔액 1052조원)의 경우 한 달 전보다 2조3000억원 많아 이미 4개월 만의 반전이 확인됐다.

    5대 은행의 최근 추이로 미뤄 4월에 이어 5월에도 전체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2개월 연속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4월 가계대출 역시 2022년 8월 이후 8개월 만에 2000억원이 불었다. 역시 5월에도 증가세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영업점 창구의 대출 상담이 지난해 말보다 2~3배 늘었다"며 "부진했던 주택 거래가 회복되고 전세 세입자의 이사도 늘어나는 가운데 금리 인하까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2020년 8월 이후 약 2년 동안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긴축 기조를 이어온 한은 입장에서는 이처럼 다시 살아나는 부동산 경기와 가계대출을 지켜보는 심경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지난달 30일 한은 공식 블로그에 올린 '향후 정책 운영 여건의 주요 리스크(위험) 요인' 글에서 "금융 불균형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영향 등으로 2022년 이후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조정되고 있지만, 2020년까지 장기간 큰 폭으로 누증된 주택가격과 가계부채의 불균형이 해소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가격 수준은 여전히 소득 등과 괴리돼 고평가됐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주요국 장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디레버리징이 꾸준히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부동산·가계부채 상황에 대해서는 "주택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단기적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에 따라 디레버리징 흐름이 약화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안정 리스크를 키우고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정책 운용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