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입찰로 따낸 공공택지 사업권 회장 장·차남 회사에 넘겨"중대한 위반행위"… 과징금 608억원 부과, 역대 3번째로 커공소시효 문제로 고발은 빠져… "불법전매 통한 부당지원에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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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호반건설 회장(동일인)의 부당내부거래를 통한 경영권 편법 승계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검찰 고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선에서 제재가 내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공정위는 15일 호반건설이 동일인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과 그 자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한 내부거래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08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 고발은 빠졌다.애초 공정위가 검찰 고발 내용이 포함된 심사보고서를 호반건설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고발 수순을 밟을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호반건설은 2010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운 계열사를 세워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고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를 김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소유한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 등에 양도했다. 이른바 '벌떼입찰' 방식을 동원한 것이다. 계열사를 비롯해 우호적인 비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에 들러리로 세운 다음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것이다.이렇게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발생한 분양매출은 5조8575억 원, 분양이익은 1조3587억 원이었다. 해당 이익은 모두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이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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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호반건설은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에 공공택지 입찰 참가에 필요한 신청금 1조5753억 원을 무상으로 대여해 이자비용 5억1981만 원을 부당지원했다.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에게 일감을 몰아주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2조6393억 원을 무상으로 지급보증하기도 했다.이를 통해 장남인 김대헌 사장이 경영권을 편법 승계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호반건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몸집을 키운 호반건설주택이 2018년 호반건설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호반건설 1 대 호반건설주택 5.89로 유리하게 평가받은 것이다. 결국 김 사장은 호반건설 지분 54.73%를 확보해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마쳤다.공정위는 이런 호반건설의 행위가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벌떼입찰에서 입찰 담합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담합이 문제가 아니었다"며 "낙찰받은 공공택지를 대규모로 2세 회사에 전매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벌떼입찰보다 김 사장에 대한 경영권 편법 승계가 더 큰 문제라고 본 것이다.공정위는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해 역대 세 번째 규모의 과징금이 나온 것으로, 불법 전매를 통한 부당지원에 대해 시장에 경종을 울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당내부거래 관련 역대 최고 규모의 과징금은 삼성웰스토리 2349억 원, 2위는 SPC그룹 647억 원이다.공정위는 검찰 고발에 대해선 "공공택지 전매 행위가 주로 이뤄진 시기는 2010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라며 "공소시효는 행위 종료일부터 5년으로, 공소시효 경과 때문에 고발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위반행위 자체는 중대하기 때문에 전원회의에서도 검찰 고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공소시효 때문에 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결국 호반건설의 부당내부거래 행위 자체는 검찰에 고발할 만큼 중대한 사안으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검찰 고발로 이어졌을 거라는 의미다.
한편 호반건설은 공정위 처분에 대해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당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고객, 협력사, 회사 구성원 등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더 엄격한 준법경영의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